‘돈봉투 살포 의혹 정점’ 송영길 구속 연장…연초부터 의원 줄소환?
  • 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4.01.01 10:05
  • 호수 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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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1월6일 구속 만료 전 송영길 전 대표 기소할 듯
‘전달책 의혹’ 윤관석·강래구 1심도 마무리 수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최정점에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소 여부가 신년 시작과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구속 기한을 연장했는데, 2024년 1월6일 구속 기한 만료 전까지 의혹의 실체를 규명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당대표를 선출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들과 지역 관계자 등에게 돈봉투가 살포됐다는 의혹을 계기로 불거졌다. 당시 선출된 당대표가 송 전 대표이며, 이때 구성된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경선 관리를 맡았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재판 상황도 송영길 전 대표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전달책’으로 지목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 등의 1심 재판에서 송 전 대표 역시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줄소환도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2023년 12월27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 기간을 연장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구속 기한 연장 신청이 수사에 필요한 경우, 판사가 한 차례에 한해 10일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허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송 전 대표의 구속 기한은 2024년 1월6일까지 늘어났다. 앞서 송 전 대표 구속영장은 2023년 12월18일 발부됐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3년 12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진 출두”했던 송영길, 검찰 조사에선 침묵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은 송영길 캠프 인사들이 2021년 4월 송영길·홍영표 당대표 후보 등이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지역본부장 등에게 돈봉투를 살포했다는 의혹이다. 돈봉투 살포 의혹의 최대 수혜자는 캠프 좌장인 송 전 대표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는 2022년 3월 치러진 대통령선거 당내 후보 경선 과정을 관리했다. 민주당의 최종 대선후보는 이재명 현 대표였다.

송영길 전 대표는 6650만원이 담긴 돈봉투가 국회의원 등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곽 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를 통한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 혐의도 있다. 송 전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검찰 조사에선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구속 직전인 2023년 12월8일은 물론 구속영장 발부 이후 연이은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2023년 12월26일 진행된 조사에서도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길 전 대표는 남은 구속 기간에도 검찰 수사에 불응할 예정이다. 송 전 대표는 2023년 12월2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자필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권의 일부 정치화된 검찰이 검사의 객관 의무를 저버리고 피의자의 억울한 점을 들어줄 자세가 전혀 없다”면서 “앞으로 기소될 때까지 더 이상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진술하겠다”며 “검찰의 강압에 의해 작성된 진술조서 등을 부동의하고 증거조사를 통해 하나하나 사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이는 과거 송영길 전 대표의 ‘자진 출두’ 해프닝과 대조된다. 앞서 송 전 대표는 2023년 5월2일과 6월7일 일방적으로 검찰을 찾아 자진 출두를 시도했다.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이를 거부했고, 송 전 대표는 조사도 받지 못하고 돌아섰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인물들. 윤관석 무소속 의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이성만 무소속 의원 (왼쪽부터) ⓒ시사저널 이종현·시사저널 사진자료·연합뉴스

스폰서 “송영길, 감사하다고 말해”

법조계는 송영길 전 대표의 묵비권 행사가 수사 지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대한 조사를 미루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기존 증거와 법원 상황 등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23년 12월18일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고,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며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 상황도 주목할 만하다. 윤관석 무소속 의원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박용수씨의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재판에서 ‘송영길 전 대표도 돈봉투를 인지했다’는 취지의 녹취파일이 나왔다. 핵심 증거인 ‘이정근 녹취록’에는 “강래구 전 감사가 이성만 의원이 구한 돈을 나눠준 것에 대해 송영길 전 대표에게도 말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송영길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는 송 전 대표 시절에 당 살림살이 등을 하는 주요 직책인 사무부총장을 맡기도 했다.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한 ‘스폰서’의 법정 증언도 있다. 사업가 김아무개씨는 윤관석 의원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래구 전 감사에게서 돈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현금 5000만원을 박용수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캠프 해단식 마지막 날 아침식사 자리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여러 가지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면서 “캠프에 도움을 준 것이 5000만원을 건넨 것밖에 없었다. 이에 송 전 대표의 인사가 자금 지원에 대한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재판에선 이성만·임종성·허종식·김영호·박영순·이용빈·윤재갑 의원 등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일부 의원의 실명이 공개됐다. 윤관석 의원 등의 1심 선고는 1월31일에 예정돼 있다.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처음으로 재판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검찰은 2023년 12월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부장판사 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심리로 진행된 윤관석 의원 등의 결심 공판에서 윤 의원에겐 징역 5년, 강래구 전 감사에겐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돈봉투 살포 의혹 관련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검찰이 구속 기한 내에 송영길 전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돈봉투 수수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냈다. 검찰은 2023년 12월28일 돈봉투 수수 의혹 의원 중 한 명을 상대로 소환조사를 진행했고, 다른 의원들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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