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北정권 유일 업적…비핵화 받아들일 가능성 없어”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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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출신 이용석 연구원 “핵보유 인정하고 현실적 협상해야”
“美, 같은 대응 반복하며 다른 결과 기대…정책 초점 바꿔야”
북한의 ICBM 화성-18형 발사훈련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의 ICBM 화성-18형 발사훈련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현실적인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안이 나왔다.

29일 미 외교정책연구소(FPRI)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코리아 임무센터 부국장보를 지냈던 이용석 선임연구원은 최근 웹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과 동맹은 (대북) 정책 초점을 비핵화에서 군비 통제와 축소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한국 모두 북한과 전쟁을 원하지 않고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무력 사용은 선택지가 될 수 없기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까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규탄 성명, 추가 제재, 전략자산 전개 등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왔지만 효과가 없었다면서 “미국과 파트너들은 같은 대응을 반복, 또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 두 국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며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의 아시아 구상에 훼방을 놓고 미국의 주의를 끄는 전략적 용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선임위원은 정책 전환의 첫 단계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를 정치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폐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미국이 6자 회담에서 주장했던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보다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김씨 일가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기반을 해체하고 스스로 최고통치자를 살해(regicide)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핵무기가 김씨 일가의 지난 70년 통치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업적인데 이제 와서 미국의 공격을 막는 데 핵무기가 필요 없다고 하면 김씨 일가의 판단력을 의심하게 되고, 북한 주민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겪은 희생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라는 게 이 선임위원의 설명이다.

이 선임위원은 미국이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도움이 되는 한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해도 모르는 체하거나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에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에서 수십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인도와 민간 원자력 협력 합의를 체결하면서 인도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인정했다.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포기한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이 선임위원은 “북한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인도이며,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남아공이 되는 것”이라며 “미국은 무력을 사용해 이 목표를 달성하거나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계속하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거나 아니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일부에 상한을 설정하고 핵확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에 대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8일(현지 시각) 지난해 초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관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측은 어긋났다면서 “김 위원장이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그가 무엇을 했는지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를 보면 분명해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전문가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압력 때문이라고 추정한다”며 “북한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국경을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국이 당분간은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어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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