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압박에 ‘속앓이’하던 금융권, ‘상생금융’으로 조직개편 나섰다
  • 정윤성 기자 (jys@sisajournal.com)
  • 승인 2023.12.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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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연말 조직개편 통해 상생금융 조직 신설 및 강화
‘2조 상생안’ 등 압박 계속될 전망…전담부서 통한 효율화 꾀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회사가 조직개편의 방점을 ‘상생’에 찍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등으로 시작된 상생금융 압박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속속 공개되면서 신년 금융권 행보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20여 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20여 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존 부서 재편 및 컨트롤타워 설치해 대응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이 상생금융 조직을 신설·강화하는 등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기존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던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준법지원부에 소비자보호팀도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은 기존 ESG본부와 ESG기획부를 각각 ESG상생본부, ESG상생금융부로 재편했다.

하나금융은 그룹 내 ESG부문 산하에 상생금융지원 전담팀을 신설했다. 또 하나은행에 상생금융센터를 만들고, 전행적인 상생금융 통합 전략을 실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기존 상생금융 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한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상생금융부는 신한금융그룹의 상생금융 활동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3월 그룹 내에 상생금융부를 신설한 우리금융은 지난달 우리은행에 발족한 상생금융TFT를 통해 상생 키워드에 더욱 힘을 싣기로 했다.

이번 금융권의 조직개편엔 상생에 대한 당국의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도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은행들이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며 금융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을 위한 상생방안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0월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자영업자들께서는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쉬셨다”고 말하며 금융권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더해 정부가 일관되게 주문한 상생금융안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1조6000억원 규모의 대출 이자 환급을 시행하고, 별도의 자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취약계층에 4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내년 2월부터 이자 환급을 개시해 3월까지 집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1분기 중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권은 상생금융 집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우리은행은 민생금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총 2758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금융권은 상생금융 집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우리은행은 민생금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총 2758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자환급안 등 발표하며 상생금융 집행에 속도

은행들이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원 금액을 분담하는 가운데, 실적이 높은 4대 은행은 평균 2000~3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행 과정에서의 변수와 정부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조가 꽤 많이 반영됐다”며 “상생금융의 경우 개인, 소상공인, 여신 등 다양한 부서가 함께 일하다 보니, 이번 조직 신설을 통해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금융권은 상생금융 집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우리은행은 민생금융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1885억원의 이자 환급과 873억원의 취약계층 지원 등 총 2758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농협은행도 전날 2148억원 규모의 이자 환급안을 발표하고, 내년 1분기 내 이자 환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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