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열려”…트럼프 경선자격 박탈에 美 공화주자들 반발
  • 김민지 디지털팀 기자 (kimminj2028@gmail.com)
  • 승인 2023.12.3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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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와 메인주에서 출마 자격 없다고 판단
‘反트럼프’ 크리스티도 “트럼프를 순교자로 만들 뿐인 결정”
2024년 미국 대선 출사표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2024년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연합뉴스

콜로라도에 이어 메인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데 대해 미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29일(현지 시각) CNN에 출연해 “이 같은 결정은 트럼프를 순교자로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반(反)트럼프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 그는 “이것은 미국의 유권자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법원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측 대변인은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보낸 논평에서 “니키는 트럼프에 공정하게 승리할 것”이라며 “누가 선택될지 정하는 것은 유권자”라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규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한 명의 고위 관료가 누군가의 공직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 나라가 200년 이상 지켜온 헌법상 적법 절차를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후보 자격을 상실할 경우 콜로라도에 이어 메인주에서도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다른 후보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성명에서 “이 같은 결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실질적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메인주 최고 선거관리자인 셰나 벨로즈 주 국무장관은 28일 서면 결정문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는 점을 이유로 출마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벨로즈 장관은 “나는 어떠한 국무장관도 수정헌법 14조3항에 근거해 대통령 후보의 투표 접근권을 박탈한 점이 없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며 “그러나 또한 과거 어느 대통령 후보도 반란에 가담한 적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피선거권을 박탈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나온 결정이다. 근거는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같이 수정헌법 14조3항이다. 14조3항은 헌법을 지지하라고 맹세했던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벨로즈 장관을 ‘악성 좌파’,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 민주당원’이라 칭하며 “실수하지 마시길. 이러한 당파적인 선거 개입 노력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결정이 민주주의와 투표권을 둘러싼 미국 내 긴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둘러싼 정치 논쟁에 연방대법원 개입의 더 긴박한 요구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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