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건국전쟁 속의 이승만 “마지막 한 발은 내게 쏘겠다”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3 09:00
  • 호수 1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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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김덕영 감독)이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비 2억원이 들어갔다는데 주말을 지나면 100만 관객을 넘긴다고 한다. 상업영화 《서울의 봄》이 1300만 명을 돌파한 대기록을 남겼지만 제작비가 230억원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김덕영 감독은 대단히 효과적으로 한국 탄생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셈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아리송한 ‘한국의 탄생’…건국을 건국이라 못 불러

《건국전쟁》의 부제는 ‘The birth of Korea’(한국의 탄생)다. 1980년대 중반 이래 ‘친북 민중민주주의 운동권’이 득세하면서 “민족국가의 정통성은 북한에…한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는 거짓에 기반한 조작적 프레임이 멀쩡한 한국인의 의식을 오염시켜 왔다. 한국의 탄생을 수치로 느끼는 사람들이 어느덧 지식인 사회의 주류를 차지했다. 이런 풍토에서 ‘건국 대통령’이란 개념 자체가 찬밥이 된 듯했다. ①자유민주주의 ②시장경제체제 ③인권과 법치 ④한미동맹이란 네 개의 기둥 위에 대한민국을 세운 이승만이 오랫동안 금기의 언어였던 것도 ‘건국’을 우습게 아는 사회 풍토에서 비롯됐다. 

친북 민중민주주의 운동권이 정치를 지배하던 수십 년간 이승만에겐 마지못해 ‘초대 대통령’이란 명칭이 부여됐을 뿐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인은 자기의 탄생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아리송해졌다. 건국을 건국이라 부르지 못하고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홍길동 족속이 되어버렸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김덕영 감독 덕분에 일반 대중은 한국 탄생의 진실을 영화관에서 편안하게 접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해방 후 김일성의 북조선 공산주의에 송두리째 넘어갈 뻔한 위기에서 이승만의 초인적인 열정과 헌신으로 ‘자유 대한민국’은 태어날 수 있었다. 다큐 영화의 미덕은 조작 불가능한 당시의 흑백 사진과 동영상 촬영, 1차 기록 등을 동원해 있는 사실을 날것으로 보여준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6·25 남침 직후 이승만을 악마화한 유명한 거짓말 중 하나가 학계의 일부 주장에 근거해 10여 년 전부터 나돌고 있는 ‘런승만’(도망쳤다는 의미의 ‘런’) 이야기다. “서울 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키십시오. 정부는 여러분과 함께 서울에 머물 것입니다”라고 이 대통령이 방송하고 자기는 한강 다리를 건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덕영 감독은 미국 CIA 감청부서의 해당 날짜 원자료를 찾아내 이승만 대통령이 “적군은 전차로 무장하고 진격 중이며 국군은 맞서 싸울 수단이 없다. 맥아더 장군이 우리를 위해 장교와 군수 물자를 보낼 것”이라고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럴듯한 거짓말이 진실 앞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승만이 해외 망명정부를 구상했다는 주장 역시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일기에서 발췌한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해 무력화됐다. “무초 미국 대사가 ‘한반도를 떠나 망명정부를 세우라’고 권유하자 남편은 권총을 꺼내들고 ‘인민군이 들어오면 이 총으로 그들을 쏘고, 마지막 한 발은 내게 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런승만은 건국 대통령을 한국의 역사에서 지워버리기 위한 악의 가득한 음모나 말장난에 불과했음을 많은 사람은 알게 되었다.

 

누가 ‘이승만 건국’의 진실을 가로막았나  

김덕영의 이승만 영화엔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성인들도 깜짝깜짝 놀랄 새로운 발견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실을 말하자면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다 수십 년 동안 정직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누가 이승만의 진실을 가로막았나. 이 영화가 끝나면 사람들이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박수를 치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아마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순수함과 애국심이 느껴져서일 것이고,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것을 깨우쳐준 김덕영 감독에 대한 오마주 때문일 것이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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