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던진 ‘불닭’ 승부수…‘카피캣’ 시각 속 도전 통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2 16: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제품 판매 채널 본격 확장…GS더프레시와 맞손
‘불닭 열풍’ 올라타 라면 시장서 발 넓혀…차별화 전략은?

하림산업(하림)이 라면 신제품 판매 채널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날 하림은 ‘불닭치면’과 ‘핵불닭치면’ 상품을 전국 GS더프레시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더미식’ 브랜드로 라면 등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낸 하림이 판매 채널을 넓히면서 라면 시장에서의 입지를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림그룹 제공
하림산업이 라면 신제품 판매 채널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림그룹 제공

‘밀키트’로 매운맛 전쟁 참전…“매운 음식 수요 늘어”

하림은 지난 1월 불닭치면과 핵불닭치면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닭다리살과 불닭소스, 닭 육수로 반죽한 사리면 등으로 구성된 닭볶음면이다. 밀키트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 라면보다 긴 조리 시간이 필요하다. 닭다리살과 소스를 5~6분간 익힌 뒤 물을 붓고 끓이다 라면 사리를 넣고 4분간 조리하는 방식이다. 불닭치면은 맵기 1단계로, 핵불닭치면은 맵기 3단계로 구성해 제품별 매운 정도를 달리했다.

이 제품들이 출시되자마자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삼양의 ‘불닭볶음면’과 ‘핵불닭볶음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앞서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삼양은 일명 ‘불닭열풍’을 만들어냈고, 그 인기에 힘입어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기록을 썼다.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외국인들의 ‘맵부심’을 자극하면서 해외 수출 실적까지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림이 내놓은 신제품을 보고, 업계 일각에서는 하림이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제품을 모방하는 형태의 ‘카피캣’ 전략으로 라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림은 맵기 2단계의 ‘로제불닭치면’도 내달 출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는데, 새로 출시할 제품 역시 삼양이 2021년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로제 불닭볶음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하림은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닭볶음면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림 마케팅팀 관계자는 “SNS에 ‘매운맛 챌린지’가 화제일 정도로 매운 음식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닭다리살을 푸짐하게 넣은 매콤한 닭볶음면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21일 하림은 ‘불닭치면’과 ‘핵불닭치면’ 상품을 전국 GS더프레시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하림그룹 제공
21일 하림은 불닭치면과 핵불닭치면을 전국 GS더프레시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하림 제공

프리미엄으로 차별화?…소비자 만족도가 관건

닭고기 육가공을 주력으로 삼았던 하림은 2021년 론칭한 ‘더미식’ 브랜드를 통해 즉석밥, 라면 등 제품을 선보이면서 간편식의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더미식 즉석밥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나 오뚜기의 오뚜기밥에 비해 120~160%가량 비싼 가격이지만, 하림은 품질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식품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았고, 이로 인해 즉석밥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육수를 직접 농축한 액상 스프를 사용한 ‘장인 라면’, 영유아식과 유사한 품질의 식재료로 구현한 푸디버디 브랜드 등을 통해서도 ‘건강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림산업의 더미식 즉석밥 ⓒ하림 제공
하림산업의 더미식 즉석밥 ⓒ하림 제공

하림지주의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하림산업의 누적 매출은 508억원으로, 즉석밥 매출(139억원)이 전체 매출의 27.4%를 차지했다. 즉석밥 론칭의 효과를 보고 있음에도 영업손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라면 등 간편식이 아직까지 시장에서 유의미한 기록을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제품인 불닭치면 시리즈 역시 원재료와 공정 등을 이유로 경쟁 제품 대비 높은 가격이 책정돼있다. 현재 GS더프레시에서 판매를 시작한 불닭치면의 정가는 8800원으로, 2월27일까지 할인가 7980원에 판매한다.

하림이 신선하고 푸짐한 닭다리살 등을 제품의 차별점으로 꼽고 있는 만큼, 가격을 상쇄할 수 있는 소비자 만족감이 ‘신상 라면’의 흥행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하림 측은 소비자 구매 편의를 위해 기존에 지역 중소형 할인마트 등에 그쳤던 판매 채널을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김경진 GS더프레시 상무는 “매운맛 열풍이 거세지면서 업계에서도 새롭게 출시한 매운맛 제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판매를 진행하는 배경을 밝혔다. 하림은 GS더프레시를 시작으로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판매 영역을 넓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시장 내 입지도 키워가겠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