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전공의 80% 사직서 제출…‘의료 공백’ 현실화
  • 정성환·신명철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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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업무개시명령…전북대병원 수술실 40%로 축소
도내 의대생 96% 휴학계 제출…전공의들 사흘째 업무중단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북에서 300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병원에 알렸다. 전공의들의 업무중단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전북대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떠난 20일 오전, 전북대학교 응급실 앞에 ‘경증 환자 내원 시 진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북대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떠난 20일 오전, 전북대학교 응급실 앞에 ‘경증 환자 내원 시 진료가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전공의 399명 중 79.7%인 ‘318명’ 사직

22일 전북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20일 낮 12시 기준 전체 전공의 399명 중 79.7%인 318명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상급종합병원인 원광대병원 전공의 126명 전체와 전북대병원 전공의 189명 중 165명이 병원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예수병원 전공의 76명 중 27명도 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이 중 이날 무단결근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는 원광대병원 소속 80명과 대자인병원·남원의료원에 파견된 전북대병원 소속 전공의 각 1명 등 모두 82명이다. 이는 도내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399명의 20.6%다. 현장을 점검한 보건복지부는 이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몇 명이 무단결근했는지 집계되지 않았지만, 전북대병원에서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 다수가 이날 오전부터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예수병원에서는 전공의 17명가량이 근무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식 집계되지 않은 결근자를 포함하면 이날 무단결근한 전공의 수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병원은 21일도 추가로 전공의들의 근무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나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려했던 진료 공백이 현실화 되고 있다. 다수의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은 전북대병원은 첫날(20일)부터 수술실 21개 중 40%가량인 8개만 가동하며 축소 운영하고 있다. 또 중증 응급 환자 위주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북대병원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미복귀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 등의 조치를 했다. 

전북대와 원광대 의과대학생들도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다. 이들 학교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현재 전북대 의과대학 재학생 669명 중 646명이, 원광대 의과대학생 473명 중 454명이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체 1142명 중 96.3%다.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복지여성보건국장은 2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병원, 중앙정부와 함께 응급의료 체계 공백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며 “전공의 인력이 부족하다면 공중보건의든 공공병원 의사든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다만, 정확한 병원별 (전공의 미출근) 현황은 제공하기 어렵다”며 “현재 현황은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출근하지 않았는지 병원별로 비교하는 자료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주시, 비상진료대책 마련…“필요시 업무개시명령”

전주시는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에 대비해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했다. 22일 전주보건소에 따르면 응급·중환자·수술·분만·투석 등 필수 의료분야 현장을 지속 점검하고, 필요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시보건소와 덕진보건소의 비상진료대책 상황실을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계 총파업으로 일반의원이 휴진에 동참하면 연락반을 편성하고 의료기관 운영 현황을 누리집 등에 게시한다.

현재 운영 중인 응급의료기관과 달빛어린이병원, 분만 가능 의료기관 현황은 시보건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신선 전주보건소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경증 환자와 만성질환자 등은 가급적 1·2차 의료기관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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