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로서 대정부 투쟁 앞장선 이력도
사직서 수리 없이 병원 떠난 전공의들에 “성급”
과거 대한의사협회(의협) 집행부로서 대정부 투쟁에 앞장섰던 서울대학교병원의 한 교수가 줄사직을 이어가는 후배 전공의들에게 의료 현장으로의 복귀를 권했다. 정부가 강력한 행정처분을 가할 의지와 법적 근거를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23일 SNS에 ‘전공의 선생님들께’로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권 교수는 의사이자 의료법학을 전공한 법학박사로서,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협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은 이력도 있다.
권 교수는 이날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가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된 것과 관련해 “위기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것은 협박이 아닌 단지 사실일 뿐이다. 여러분 중 상당수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면서 “우리나라 의사 면허를 갖고 해외에 취업할 때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남아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에 국가의 보건 책무가 명시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법 제36조 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한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3항에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라면서 “(이같은) 명시적 조문이 없다면 업무개시 명령이 국가가 의사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이길 확률은 낮아보인다”고 분석했다.
근로기준법 및 민법상 해석 측면에서도 사직서 수리 절차 없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겐 불리한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다. 권 교수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면서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인의 대정부 투쟁 경험에 대한 소회도 함께였다. 권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의협 상근이사로 일할 당시 시위를 주도했다가 교육부로부터 고발당해 벌금형을 받았으나 의협에서 받은 건 소송비용과 벌금을 내준 게 전부”라면서 “의료계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므로,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고 피해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 교수는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직업적 윤리를 되새겨보라고도 조언했다. 그는 “여러분이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병원을 떠난 것은 의협의 의사윤리 지침에도 있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고있는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여러분이 환자 곁을 떠나는 것을 부추기거나 격려했다면, 그분들은 여러분을 앞세워 ‘대리 싸움’을 시키고 있는 비겁한 사람일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업을 포기한다면 여러분의 선택이겠지만, 계속 의업에 종사하고 싶다면 최소한 의사로서 직업윤리와 전공의로서 스승에 대한 예의, 근로자로서 의무 등을 고려할 때 여러분의 행동은 성급했다”면서 “성급한 행동으로 여러분 개인에게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정으로 의업을 그만두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일을 마무리하고 정상적인 퇴직 절차를 밟고 병원을 떠나시길 바란다”면서 “투쟁하고 싶다면 병원으로 돌아와 내용을 깊이있게 파악하고, 정부가 고민하는 국가의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정책 대안을 갖고 정부와 대화하시기를 바란다”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