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 대책에 ‘실소’…의사 명예 더럽히지 말라”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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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비판하며 “중증, 응급환자에 적용 불가능”
“이대로 업무 복귀하면 자유와 인권 빼앗긴 삶 살아야”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에 대한 대응으로 ‘비대면 진료’ 카드를 꺼내들자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이라고 밝혔지만 의사단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맞받았다.

23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입장문을 내고 “현재 상황을 재난으로 정의하고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정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며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곳은 중증 및 응급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수련병원이다. 그런데 중증·응급 환자에게 적용조차 불가능한 비대면 진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중증·응급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해 줄 의사는 당연히 없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1·2차 의료기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를 받는 만성 질환자들도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게 만들어 이들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협은 또 ‘의료 공백’을 만든 것은 의사단체가 아닌 ‘정부’라고 집었다. 의협은 “무리하게 포퓰리즘 정책을 강행해 평온하던 의료 시스템을 재난 상황으로 몰아간 것은 정부”라며 “정부가 스스로 재난상황을 만들고 수습하겠다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하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공백은)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면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부”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 의료 현장에서 피땀 흘리고 있는 의사들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전공의들이 ‘진료 거부’를 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사직’을 한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의협은 “전공의들은 진료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그냥 사직서를 내고 직장을 그만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의료 기관에서 종사하지도 않는 의사가 어떻게 진료 거부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의료인은 의료법에 의해 의료 기관 이외의 장소에서는 의료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연일 전공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박 차관은 자꾸 거짓말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며 “박 차관은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건수가 6113건으로 의사 업무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이것이 의사가 부족한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사의 업무량이 세계 최고가 된 이유를 정녕 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14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윤경

의협은 의사가 저수가를 극복하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낮은 수가는 의료기관의 문턱을 낮춰 국민들이 의료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원인이라고도 했다. 의협은 “만약 수가를 낮게 묶어두고 의사 수만 늘리면 국민들은 의료 서비스를 더욱 많이 이용할 것”이라며 “의료비는 재난적 폭탄을 맞을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를 향해 억압이 아닌 대화를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정부가 강하게 압박해도 더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업을 포기하는 이유를 (정부가) 알아야 한다”며 “이미 정부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상태 그대로 업무에 복귀하게 되면 자유와 인권을 빼앗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의협의 메시지는 정부의 타협 없이는 당분간 의료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울러 “정부는 진실을 호도하지 말고 재난상황을 스스로 만든 책임을 지고 억압이 아닌 대화를 시작하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중대본 회의 모두 발언에서 “오늘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해 국민께서 일반 진료를 더 편하게 받으실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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