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원자력·수소…경북 국가산단, 대한민국의 미래
  • 장원규 영남본부 기자 (sisa545@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0 13: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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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철우 경북지사 “‘저출산과의 전쟁본부’ 출범, 공동체 양육 도입”

“당선 후 경북 도민의 먹고사는 일에 집중했고 축구장 800개 면적에 달하는 국가산단을 유치했다”고 운을 뗀 이철우 경북지사는 반세기 전에 지어진 포항제철과 구미전자산단에 이어 바이오, 원자력·수소, SMR(소형 모듈 원전) 경북 유치가 미래 한국을 책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뇌도 눈에 띄었다.

이 지사는 ‘저출산 극복’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경북도가 모범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전문가·도민 등과 토론회도 열었다. 청년들을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 결과가 완전 돌봄과 안심 주거, 실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4대 분야를 골자로 한 35개 과제 패키지 정책이다.

여기에 더해 이주노동자를 포용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노동력 충원 위주의 1세대 1인 노동자 중심의 이민 정책을 2세대 핵가족 정책으로 전환해 우수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광역 정부가 이민자나 우수 인재 등에게 비자를 직접 발급할 수 있는 정부의 권한 이양 필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저출산 극복과 지역의 능동적 투자유치 등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분권에 의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철우 지사를 시사저널이 만났다.

첨단산업단지 유치와 저출산 극복으로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이철우 경북지사 ⓒ경북도 제공

“축구장 800개 넓이 국가산단 3개 지정”

재선 도지사로서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주요 성과를 소개한다면.

“당선 후 집중한 문제는 경북도의 새로운 산업 성장판을 만드는 것이었다. 경주·울진·안동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됐다. 전국 최다로 3개인데 규모가 상당하다. 쉽게 말하면 축구장 800개에 달하는 크기다. 이번에 선정된 바이오, 원자력·수소, SMR은 10년·20년 후 대한민국의 국부를 책임질 산업이다. 경북 북부권 최초 국가산단인 영주 첨단 베어링 국가산업단지 계획은 2018년 지정된 국가산단 중 가장 먼저 승인됐다. 포항 배터리, 구미 반도체로 지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은 준공된 지 50년이 지난 포항 철강, 구미 전자산업의 명성을 이을 지역 주도 성장엔진으로 도약할 것이다. 민선 8기 1년 반 동안 19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민선 7기 4년간 투자유치 실적 32조원의 60%에 달한다. 100조원 투자유치가 경북도의 목표다. 포항 배터리특화단지 업종 제한 완화, 영천 경마공원 지방세 감면 인센티브 부여 등도 대표적 성과다.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제정이나 의성과 군위 복수 화물터미널 설치 등 지역 상생을 위한 사업 성과도 있었다.”

첨단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지역 특성도 고려해야 할 텐데.

“그렇다. 농촌 인구가 많은 도의 특성상 농업 정책 분야 예를 들겠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경북 지역도 소규모·고령화가 현실이기에 규모화도, 기계화도, 과학화도 어려웠다.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규모화·기계화에 이어 2모작까지 시도했다. 지난해에는 80개 농가가 110㏊를 함께 경작했다. 그 결과 일반 벼농사를 지을 때보다 3~4배의 소득을 올렸다. 소득이 있는 곳에 젊은 사람들이 몰리게 하려는 시도도 함께 진행한 것이다. 다듬고 고민한 경북도의 좋은 정책이 농민들에겐 소득으로 돌아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고령 지산동고분군을 포함한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성과는 많이 알려졌다. 팔공산도립공원은 경상북도에서 7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송전 거리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분산에너지활성화 특별법 제정 등도 경북도의 아이디어로 만든 성과다.”

지방분권 활성화를 강조하는데, ‘분권’을 정의한다면.

“지자체 재정사업의 경우 중앙정부가 정책을 기획하고 경북도 등 지방정부는 따라간다. 이런 구조는 필연적으로 전국 지자체 간에 쓸데없는 경쟁을 일으키고, 사업은 현장감이 떨어진다. 예산 낭비 사업은 계속되고 책임 문제도 애매해진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제도나 사업을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우리 지역의 일은 우리가 가장 잘 아니,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출산 문제 해결 같은 것이다.”

경상북도는 2월20일 경북도청에서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식을 열고 K-저출산 극복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경북도 제공
경상북도는 2월20일 경북도청에서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식을 열고 K-저출산 극복 기본 구상을 발표했다. ⓒ경북도 제공

“완전 돌봄, 안심 주거 등으로 저출산 극복”

경북도의 저출산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국가도 해결 못 하는 난제인데.

“초저출산 문제는 지방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정부가 기획하면 따라가는 게 아니라 경북도 내의 저출산 문제를 경북도가 해결하자는 것이다. 지역민 상황을 세부적으로 고려해 지역특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경북도는 저출산 정책에 대해 가장 먼저 가장 실험적인 도전 정책을 시도하려 한다.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도권병(病) 때문이다. 매년 10만 명 정도의 청년이 교육과 일자리가 집적된 수도권으로 몰린다. 경쟁에 지치고, 집값에 휘청이고, 안정된 일자리도 없다. 혼자 살다가 결혼도, 출산도 미루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

경북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22개 시군 중 15개 시군이 인구 감소 지역이고 초고령사회다. 이 상황이라면 50년 후 경상북도는 없어질 것이다. 경북도는 올해 초 ‘저출산과의 전쟁본부’를 출범했다. 비상 체제로의 전환이다. 우리는 ‘완전 돌봄, 안심 주거, 일상생활 균형, 양성평등’ 등 4대 분야, 35개 과제를 담은 패키지 정책을 완성했다. 핵심은 주거와 돌봄이다. 주거 대책은 양육 친화형 공공주택을 공급해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며, 온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키웠던 공동체 양육을 21세기 버전으로 재해석해 시도한다고 보면 된다.”

경북형 외국인 유입 정책이 있다고 들었다.

“그동안 외국인 정책은 노동력 충원 위주의 ‘1세대 1인 노동자’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가족을 동반하는 ‘2세대 핵가족’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다민족·다문화 국가로 나가야만 국가도 지방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단일민족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경북도는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을 추진해 인재 290명과 가족 158명을 정착시켰다. 올해는 700명의 인재(F-2-R) 쿼터와 329명의 숙련기능인력 제도(E-7-4)에 대한 추천 쿼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런 우수 외국인 유입도 지역특화형 비자 제도로는 역부족이다. 이제는 지역별 수요에 맞는 개별 이민 정책인 광역 비자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핵심은 광역 정부가 법무부의 비자 발급 및 결정 권한의 일부를 이양받아, 지역에서 필요한 인력과 인재를 주도적으로 선정하고 유입시키는 것이다. 외국인 인재가 지역에서 공부한 후 취업까지 바로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려 한다.”

경북 도민과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여러 지역 문제가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저출산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22개 시군 어디에서나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또 청년들이 지역에서 다시 꿈을 꾸고 사는 것이 자랑이 되는, 국민이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을 경상북도가 먼저 반드시 이루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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