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부산교육시…인성과 학력 겸비한 인재의 요람으로”
  • 김동현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0 15: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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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꿈 있는 아이들을 무한대로 키우겠다”

“부산이 아이 키우고 교육하기 좋은 도시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교육발전특구(교육특구)로 지정되면서 부산 교육의 미래는 계속 밝아지고 있습니다. 혁신을 위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지만 교육가족들의 응원에 힘이 납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귀울이며 부산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펼치는 부산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청사진이다. 정부가 최근 부산광역시 전역을 교육특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하자 지역 곳곳에서 부산 교육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특정 구가 아닌 부산 전체를 교육특구로 만들어 ‘교육받고 싶은 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교육특구 지정은 부산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 추진의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2월28일 교육특구 1차 시범지역으로 6개 광역지자체, 43개 기초지자체를 지정하면서 전 지역이 교육특구로 운영되는 부산을 언급했다. 특히 하 교육감이 야심 차게 준비한 ‘부산 케이팝 고등학교’ 등 특성화고를 통해 외국인 유학생까지 유치할 수 있게 되는 점도 조명했다. 이른바 하윤수표 정책과 관련해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는 “깨어있는 마인드를 인정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이 2월29일 교육청 집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산에서 책임진다’

‘부산형 교육특구’의 뼈대는 지역인재 양성과 정주 지원이다. 이는 하윤수 부산교육감이 펼쳐온 다양한 정책과도 궤를 같이한다. 실제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산에서 책임지고 키운다’는 하 교육감의 인식은 2022년 7월 취임 이후 변함이 없다. 하 교육감은 2월29일 교육청 집무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인재가 부산을 떠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차별화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올바른 비판과 격려가 있을 때 부산 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으로 꼽히는 늘봄학교 100% 추진 과정에서 나온 교직원 업무 가중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전국 최초로 설치된 부산학교행정지원본부와 늘봄매니저, 늘봄실무사 등을 통해 이들의 업무가 늘어나지 않도록 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미흡한 점을 개선해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늘봄학교 참여율은 부산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고, 전남과 함께 1위를 달리고 있다. 하 교육감은 “늘봄학교를 추진할 때 공간 확보가 가장 어려웠는데, 여러 곳의 협조로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특수학교 신설 등 준비된 정책을 잘 추진해 학생 역량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했다.

하 교육감의 복안에 따라 부산교육청은 교육특구로 지정되기 전부터 다른 시도교육청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갔다. 전국 ‘최초’ ‘최대’가 자주 따라붙었고, 이는 다른 교육청의 벤치마킹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가져왔다. 하 교육감이 야심 차게 준비한 아침체인지와 부산학력개발원이 대표적이다. 아침체인지는 0교시 아침 운동으로 1교시 수업 시작 전에 최소 20분 정도 운동을 하며 잠을 깨우고 두뇌를 활성화하는 정책이다. 하 교육감의 1호 공약인 부산학력개발원은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학력 향상을 지원하는 곳이다. 이들 정책에 대해 전국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 교육감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기초학력 신장’과 ‘공교육 토대 마련’이 있다. 기초학력을 신장하는 동시에 공교육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다. 하 교육감은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최우선이란 판단하에 학력 신장 정책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기초와 공교육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를 묻자 “어린 시절 가난한 독립군 집안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그래서 꿈이 있는 아이들은 무한대로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부산교육청은 부산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깜깜이 교육’을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BASS), 지역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활성화할 전국 최초 공교육 인터넷 강의, 부산형 학업성취도평가(BEST)와 숙박형 인성 영어·수학캠프 등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공교육 인터넷 강의는 3개월 만에 7200여 명의 대상 학생 중 5000여 명이 수강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워주고 사교육비 절감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에 부산교육청은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숙박형 인성 영어·수학캠프’의 인기도 뜨겁다. 저소득·취약계층 학생의 방학 중 학습 공백을 해소하고 원도심·서부산권 학생들의 학력과 공동체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무료로 운영되는 이 캠프는 참가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한 학생은 “캠프에 다녀온 후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났고, 공부에 흥미도 생겼다”고 전했다.

부산교육청은 지난해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의 ‘시도교육청 기초학력 지원사업 성과평가’ 22개 세부 영역에서 ‘매우 우수’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국어·수학 교과의 기초학력 향상도 검사에서 학습지원 대상 학생들의 도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교육청이 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추진했던 다양한 기초학력 보장·학력 향상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부산 연제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부산 전체가 교육특구로 지정됐다는 소식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제는 부산이 대한민국의 최고 교육 중심 도시가 됐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부산교육시가 돼 가고 있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부산교육청 제공
3월4일 사상구 부산항공고등학교 개교식에서 안성민 부산시의회 의장(왼쪽 두 번째), 박형준 부산시장(왼쪽 세 번째),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왼쪽 여섯 번째), 장제원 국회의원(왼쪽 일곱 번째) 등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교육청 제공

“해군부사관고·스마트팜고 등 설립 예정”

하윤수 교육감은 추진 중인 정책에 이어 장기 플랜으로 특성화고교 재배치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서부산공고가 항공고등학교로 탈바꿈해 대박이 난 것처럼 다른 특성화고도 다가오는 현실에 맞게 재배치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에는 K-POP고등학교를 포함해 해군부사관고와 스마트팜고, 원자력고, 항만물류고 등도 설립될 예정이다. 현재 해운대공고의 해군부사관고등학교 전환이 예정돼 있다. 해군부사관고는 교육부 협약형 특성화고 육성 계획에 따라 추진 중인 학교로, 해군 전문기술 부사관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다. 졸업과 동시에 해군 전문기술 부사관으로 임관할 수 있다는 게 부산교육청의 설명이다. 원자력고는 과학 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됐다. 부산스마트팜고는 농업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결합인 스마트팜 관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될 계획이다. 스마트팜 관련 3개 학과를 편성해 운영할 예정이며 장소는 미정이다.

하 교육감은 부산 교육 발전을 위해선 ‘교육공동체 회복’도 빼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승을 존경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존사애제(尊師愛弟)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오는 4월부터 9월까지 11회에 걸쳐 학생·학부모·교원 등이 소통할 수 있는 토론회를 마련한다. “선생님은 선생님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하자”는 취지의 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권 회복과 학생인권 보호에 대한 기대감이 돌고 있다.

부산교육청을 비롯해 부산시와 부산시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는 유튜브에서도 중계될 예정이다. 마지막 토론은 ‘끝장토론’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하 교육감은 “교권은 교권대로 살려주고, 학생인권은 인권대로 지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부산이 아이 키우고 교육하기 좋은 도시로 가고 있다. 여기에 특구까지 지정되면서 부산 교육의 미래는 계속 밝아지고 있다”며 “한 번도 가지 않는 길을 가야 하다 보니 교육가족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올 한 해도 부산 교육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갈 테니, 격려와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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