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구속 입건 후 조만간 소환조사 방침
축구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씨를 길거리에서 폭행하거나 협박한 남성들의 신원이 특정됐다. 이씨는 4·10 총선 인천 계양을 국민의힘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후원회장을 맡아 선거 지원활동에 나섰다가 봉변을 당했다.
8일 인천 계양경찰서는 인천지하철 1호선 계양역 등 사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이씨를 폭행 또는 협박한 60대 남성 A씨와 70대 남성 B씨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60대 A씨는 전날 오전 7시28분께 계양역에서 이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같은 날 오후 2시께 계양구 임학동 길에서 드릴을 들고 이씨를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변 CCTV에는 A씨와 B씨의 범행 당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선 A씨는 뒷짐을 지고 원 전 장관에게 다가가 악수한 뒤 옆에 있던 이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무릎으로 이씨 허벅지를 가격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이씨가 양손으로 A씨의 손을 잡자 그는 다시 한번 무릎을 들어 올려 폭행을 시도한 뒤 현장을 떠났다.
B씨는 드릴을 손에 든 상태로 배회하던 중 이씨를 발견, 그의 몸을 잡아끌며 위협했다. B씨는 이씨에게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라며 "아내와 딸자식들 어디 사는지 다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드릴 스위치에 손가락을 얹은 상태로 이씨 복부를 겨냥하며 위협했다.
경찰은 일단 공직선거법상 선거의 자유방해 혐의로 A씨와 B씨를 각각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경찰은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이들을 소환조사한 뒤 혐의 변경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한 상태"라며 "선거관리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죄명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에 대한 협박·폭행에 대해 원 전 장관은 "명백한 범죄"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