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0점 웃음’에 ‘2찍’까지…이재명 설화에 실점하는 민주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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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도 이재명 태도 지적…“중도 포섭하려면 대표 체통 지켜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을 한 달 가량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자책골을 넣는 모양새다. ‘불공정 공천’ 논란에 이어 각종 ‘설화 리스크’까지 거론되면서다. 공천 과정 속에서 이 대표는 현역 평가 하위권 의원들을 향해 “0점 맞은 분도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또 최근 지역구 유세 과정에서 지지자들을 편 가르는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총선 본게임을 앞두고 민주당이 스스로 실점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인천 계양구의 한 식당에서 손님들과 인사하던 중 “설마 ‘2찍’은 아니겠지”라고 한 뒤 미소를 보였다. ‘2찍’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지난 대선에서 기호 2번이었던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후보)을 뽑은 유권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통한다. 이를 당대표가 공개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선 각종 질타가 쏟아졌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을 진영으로 편 가르기 하며 비정하게 갈라쳤다”고 직격했다. 박원석 새로운미래 수석대변인도 “이런 태도야말로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정치를 병들게 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랑 개혁신당 부대변인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대표”라며 “친명과 비명을 가르던 못된 습성이 시민들 편가르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즉각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상대 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모두 똑같은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의 설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을 탈당한 김영주 의원 등 현역 평가 하위권에 든 의원들을 겨냥해 “심사위원의 의견도 있지만, 동료 의원의 평가, 그거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한다. 여러분이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일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계파 공천’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는 당내에서도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의원총회는 이 대표에 대한 불만 성토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홍영표 의원 등은 “남의 가죽을 그렇게 벗기다간 당신 손도 피칠갑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면전에서 언성을 높였다. 또 지도부를 향한 특단의 대책은 물론, 이 대표의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같은 지도부인 고민정 의원도 이 대표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끼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가 지도부의 설득에 11일 겨우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민주당의 총선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의 리스크가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시사저널TV 《시사톡톡》에 출연해 “민주당은 소위 ‘2찍’ 지지자들을 돌려세워야 한다. 상대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유권자들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스윙보터를 잡아야 중도층 확장이 가능할 것이란 취지로 주장했다.

친명(친이재명)계 내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해 대표로서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총선 출마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는 단순 농담식으로 현장에서 이야기를 했겠지만, 국민들은 이 모습을 보면서 이 대표가 평소에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중도층 포섭을 염두에 둔다면, 이 대표도 제1야당 대표로서 발언 수위를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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