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박정훈 대령…“피의자 이종섭, 혈세로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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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령, 3차 공판 출석…변호인 “대사 임명, 사건 본질 보여줘”
이 전 장관 증인신청 계획…이준석 “도피 기획한 정권에 실망”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3월21일 오전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3월21일 오전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이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향해 분노를 드러냈다. '피의자' 대사 임명을 직격한 박 대령 측은 이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령과 그의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21일 오전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 3차 공판에 출석했다. 박 대령 변호인은 이 전 대사 임명이 인사권 남용에 해당하며 이 사건 본질을 드러낸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가 계속 주장했듯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피의자"라며 "죄없는 사람은 법정에 재판받으며 고생하고 있는데 피의자(이종섭)는 국민 세금으로 비행기타고 바다 건너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사가 입국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2차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는 "공수처 수사에 응하겠다는 것은 본질이 아니다"며 "피의자를 주요국 대사로 임명한 인사권 남용이야말로 이 사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국가 세금을 축내며 해외로 도피시킨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빼곤 전례가 없던 일"이라며 "당시 전 국방부 장관을 주일대사로 임명해 내각에서 반대했었는데 이번 정부는 내각 반대조차 없는 충성스러운 집단"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장관 대사 임명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항명으로 몰아간 것 못지않게 우리 근현대사에 치욕스러운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대령은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지만, 김 변호사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박 대령은 참담한 심정, 분노를 느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해 법정에 세우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종섭 전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이 전 장관에게) 물어야 할 게 분명히 있다. 이 재판에 부르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 전 장관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3월21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이첩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이 3월21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3차 공판이 열리는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출석 현장에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종섭 전 장관 도피행각에 대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획을 한 정권에 실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박 대령과는 임기 3년이 남은 권력자에 찍혀 개인이 얼마나 어려운 저항을 하는지를 같이 느껴온 사람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있다"며 "박 대령의 억울한 수사와 재판에 대해 개혁신당 차원에서는 항상 미안한 마음과 더불어 어떻게든 돕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검찰단은 지난해 10월 박 대령이 이 전 장관의 수사기록 이첩 보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임성근 전 해병대 1시단장을 포함한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넘겼다며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박 대령은 이 전 장관이 7월30일 수사결과 보고서에 서명한 후 이튿날 돌연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입장을 바꿨다며 대통령실 차원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 파장이 확산했다. 

이번 3차 공판에는 해병대 김화동 비서실장과 이윤세 공보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달 열린 2차 공판에서는 박 대령의 상관이자 대통령실 외압 의혹 키를 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사령관은 법정에서 박 대령을 비난하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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