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이’ 쑥쑥 키우는 대상…‘자사몰’에 힘주는 이유는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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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사업 목적에 ‘통신판매중개업’ 추가…‘식품 전문 플랫폼’ 시동 거나
라이브 커머스·선물하기로 분위기 전환…MZ세대와도 접점 마련

‘신사업’이 식품업계 주주총회(주총)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청정원·종가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종합식품기업 대상의 행보가 주목된다. 대상은 오는 22일 주총을 열고 ‘통신판매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대상은 현재 공식 온라인몰인 ‘정원e샵’을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타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사업 확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10월25일 서울 종로구 대상그룹 본사에서 열린 바자회에 진열된 상품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25일 서울 종로구 대상그룹 본사에서 열린 바자회에 진열된 상품들 ⓒ연합뉴스

자사몰에 신기능 도입·서비스 개편…“편의성과 혜택 강화”

대상은 최근 정원e샵에 힘을 주고 있다. 종가 김치 등을 판매하면서 라이브 커머스를 활성화한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카카오톡처럼 받는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만으로 제품을 선물할 수 있는 ‘선물하기 기능’을 자사몰 내에 오픈했다. 비대면 선물 트렌드가 확산되고,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이 확대된 데 따라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설명이다.

청정원과 종가, 안주야 등 경쟁력 있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하지만 스타벅스나 배스킨라빈스 상품권 등 외부 입점 상품도 선물할 수 있다. 정원e샵 이용권과 종가 김치 교환권 등도 선물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선물을 받은 소비자가 자사몰로 향하는 길을 열어뒀다.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 개편에도 나섰다. 기존에 운영되던 특가 상품 품목을 늘리고, 평일과 주말로 시스템을 나눠 이벤트를 운영하기로 했다. 자사 제품뿐 아니라 외부 입점 상품도 특가 행사에 포함시켰고, 구입 수량에 따라 할인율이 높아지는 이벤트도 추가했다.

신기능 도입과 행사 개편 등을 통해 정원e샵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외부 입점 상품 판매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손영후 대상 Mall사업팀장은 “고객들의 쇼핑 편의성과 혜택 강화를 위해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고객 니즈를 반영해 서비스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구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라이브 커머스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고객 유입 효과를 경험한 대상은 서포터즈 모집에 나서면서 MZ세대와의 교류에도 방점을 찍었다. 서포터즈는 정원e샵에서 판매되는 청정원, 종가 등 브랜드 제품과 관련 이벤트 등을 자신이 운영하는 SNS를 통해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대상은 이를 통해 소비자 관점의 의견을 수렴,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SNS라는 채널을 통해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면서 새로운 구매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대상의 자사몰인 정원e샵 ⓒ정원e샵 홈페이지 캡처
대상의 자사몰인 정원e샵 ⓒ정원e샵 홈페이지 캡처

신제품 테스트·할인 판매 가능…‘유통공룡’ 의존도 낮춰

자사몰은 과거 식품 기업이 형식적으로 만들어두던 ‘홈페이지’와는 다르다. 기업들은 유통과 홍보에 효과적인 자사몰을 이커머스 활성화 측면에서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자사몰은 유통 과정과 입점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 출시되는 신제품을 소개하고 특가 상품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효율적 채널이다.

기업은 자사몰을 통해 막대한 수수료를 내야 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소비자 트렌드나 구매 패턴 등 정보 확보도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사몰 멤버십을 통해 적립을 받거나, 브랜드 자체 행사나 증정 이벤트 등을 통해 추가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자사몰인 CJ더마켓을 통해 새로운 제품에 대한 테스트 론칭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뚜기는 자사몰에서 ‘특가 상품’ 구성을 선보인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자사몰과 달리, 동원몰은 동원그룹 계열사에서 만드는 식품과 식자재 외에도 타사 식품과 주방용품, 생활용품까지 판매하는 오픈마켓으로 노선을 확장했다. 취급 품목을 13만 종까지 대폭 늘리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상이 정원e샵에 위탁 브랜드 제품과 외부 입점 상품을 늘리고 있는 데다 통신판매중개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면서 사업 확장을 예고한 만큼, 향후 취급 품목을 늘려 자사몰을 ‘식품 전문 플랫폼’으로 진화시킬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대상은 올해 초 ‘감별마켓’이라는 상표를 이미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최근 많은 식품기업이 자사몰 내 유료 멤버십을 활성화하는 가운데, 대상이 2021년 말부터 중단한 멤버십을 다시 가동할지도 관심사다. 이에 대해 대상 측은 “현재까지는 사업을 기획하면서 업종을 추가하거나 상표권을 등록한 단계”라며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자사몰의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작은 편이지만, 기업이 출시하는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고,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구매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채널이 될 수 있다”며 “이커머스 플랫폼이 영향력을 키워갈수록 식품업계가 자사몰을 강화하는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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