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사모 친구들` 도약 눈에 띄네
  • 안철흥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3.10.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이창동 장관, 조수미 3년 아성 깨뜨려…문성근·명계남도 순위 안에 꼽혀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이 현재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 뽑혔다. <시사저널> 조사에 응답한 전문가 1천40명 가운데 이장관을 지목한 이는 1백41명(13.6%). 이에 따라 매년 선두를 다투어 오던 전통적인 상위 랭커들인 소프라노 조수미(2위, 8.9%) 영화감독 임권택(3위, 5.8%) 지휘자 정명훈(4위, 5.5%) 씨는 한 계단씩 내려섰다.

이창동 장관은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 그룹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행정 관료(29.1%)와 사회단체 간부(18.9%)들이 이장관의 카리스마를 높이 샀다. 반면 법조계나 종교계 인사들은 상대적으로 현실에 덜 민감한 탓인지 이장관을 2위로 내려앉혔다. 법조계가 본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은 임권택 감독이었고, 종교인들은 조수미씨를 꼽았다.

이창동 장관은 소설가이면서, <초록 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을 연출한 영화 감독 출신이다. 그러나 이런 문화 예술 분야 경력이 그를 영향력 1위 문화예술인으로 올려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참 이름을 날리던 지난 몇년 동안 한 번도 <시사저널> 조사의 레이더망에 잡힌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현직 문화관광부장관이라는 프리미엄 덕에 그가 1위에 뽑힌 것만은 아니다. 각료 출신 문화예술인이 조사 순위에 든 적이 과거에도 있기는 했지만, 이장관의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 김한길씨가 현직 문화관광부장관이던 2000년 9위로 뽑힌 적이 있었고, 이어령씨는 장관에서 물러난 뒤 6위(2002년)와 10위(2000년)를 했을 뿐이다.

이장관은 전성기 때도 오르지 못했던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 예술인 1위에 어떻게 오를 수 있었을까. 이는 아마 문화적인 잣대보다는 정치적인 잣대로 해석해야 할 부분 인듯하다. 그는 애초 장관 직을 맡지 않으려 했지만, 일단 수락한 다음에는 연예인 못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녔다. 노타이 차림에 손수 운전을 하는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고, 언론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몇몇 보수 언론과 여러 차례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설화도 몇 차례 겪었다. 그는 5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배우로 치면 잘못된 캐스팅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라고 스스로를 평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장관상을 보여주었다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의 이런 신선한 이미지가 전문가들에게도 주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또 있다. 영화 배우 문성근씨가 5위, 역시 영화 배우 명계남씨가 9위에 뽑힌 것이다. 이장관과 이들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으로 맹활약했다.

각료로 변신한 이장관과 달리 문씨와 명씨는 현업에 복귀했다. 문성근씨는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서 주연을 맡아 속물적 지식인의 역할을 보여주었다. 현재는 한국방송에서 방송하는 <인물 현대사>라는 프로를 진행하고 있다. 명계남씨는 올해 초 대학로에서 <늘근 도둑 이야기>에 출연하며 연극계에 컴백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여전히 ‘외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하고 있다. 둘은 나란히 사회단체인 ‘국민의 힘’ 결성에 앞장섰고, 안티조선운동에 동참하는 등 사회운동가의 모습을 유지했다. 특히 명씨는 최근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이후 홍위병을 자처하며 총선에 출마할 뜻을 밝히기도 해 반대 진영 문화계 인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들 세 친구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 명단 10위권 안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계의 지형 또한 ‘코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뜻일까. 특히 사회단체 간부들의 응답에서 이런 혐의를 엿볼 수 있다.

이들은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 1위에 이창동, 2위에 문성근(10.4%), 4위에 명계남(4.7%)을 꼽았다. 반면 동종 업계인 문화예술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들의 활약을 못마땅해 하는 징후가 다분하다. 이들 사이에서도 이장관은 여전히 1위였지만, 문성근·명계남 씨는 각각 39위와 40위에 처졌다. 참고로, 지난 대선 때 유명한 ‘반노’ 논객이었던 소설가 이문열씨는 2001년(10.7%)~2002년(7.0%)에 연속 차지했던 2위를 지키지 못하고 올해는 6위(3.0%)로 밀려났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