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밤엔 KBS,낮엔 <조선일보>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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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근소한 차이로 1·2위 차지…가장 좋아하는 매체는 MBC
우리 나라 여론 형성은 KBS와 <조선일보>가 좌우한다. 밤 9시 이후에는 KBS가, 다음 날 아침부터는 <조선일보>가 여론을 주도한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2003년 한국 언론의 특징이다. 또 인터넷 매체가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으면서 <오마이뉴스>의 영향력이 대학생들이 가장 공정하다고 여기는 종이 신문인 <한겨레>를 앞섰다(56쪽 상자 기사 참조).

한국방송공사(KBS)는 2001년부터 내리 3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로 선정되었다. <조선일보>는 영향력 순위 2위를 유지해 매체 영향력에서 KBS를 바짝 위협했다. 전문가들이 KBS를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라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해 64.7%였지만, 올해는 59.1%로 떨어졌다.

반면 <조선일보>는 매체 영향력이 지난해(55.7%)와 비슷한 54.0%를 유지했다.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다른데도 그 영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 <시사저널> 조사에서 2000년까지 11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순위 1위를 기록했던 <조선일보>의 뒷심이 상당한 셈이다. 영향력 순위에서 MBC(44.3%) <동아일보> (26.6%) <중앙일보>(22.7%)가 지난해와 똑같이 3·4·5위를 기록했다. 조·중·동의 영향력은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미세한 변화도 발견된다. <동아일보>는 영향력이 지난해(29.0%)에 비해 약간 떨어졌고, <중앙일보>도 지난해(23.8%)에 비해서는 조금 하락했다.

매체 영향력 6·7·8위는 <오마이뉴스> (11.5%) <한겨레>(10.0%) SBS(6.7%)가 뒤를 이었다. 24시간 뉴스 채널인 YTN(9위)이 <매일경제>를 제치고 영향력 매체 10위권에 진입한 것이 눈에 띈다. <한국일보>가 10위권에 턱걸이했고, <다음>·<매일경제>·<프레시안>·<야후>·<시사저널>이 순위를 이었다.

여론조사 결과, 언론 매체로서의 영향력은 지난해에 비해 줄었지만, MBC의 고정 시청자층은 여전히 MBC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언론 매체 순위에서 MBC(29.8%)는 1위에 올랐다. MBC 다음으로는 <조선일보>(28.8%) KBS (27.8%)가 거의 비슷하게 1위군을 형성했다. <한겨레>(22.5%) <중앙일보> (18.8%) <동아일보> (18.1%)가 좋아하는 매체 순위 4·5·6위에 올랐다. 지난해 좋아하는 매체 1·2·3위는 <조선일보>(30.6%) MBC(29.4%) KBS(29.1%)였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방송 매체 빅3이라고 불리는 SBS의 순위 하락이 두드러졌다. SBS는 지난해 매체 영향력 순위 6위(21.1%)에 올랐지만 올해는 영향력(6.7%)과 선호도(6.8%)에서 모두 8위에 머물러, 갈수록 언론 매체의 기능보다는 오락 방송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평가가 근거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는 지난해(19.2%)에 이어 김대중 <조선일보> 이사기자가 1위(11.5%)에 올랐다. 김대중 이사기자는 <시사저널> 조사가 시작된 1991년부터 올해까지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현직을 떠나 워싱턴에 머무르며 ‘김대중 칼럼’만 쓰고 있지만, 전문가들에게는 ‘싸움닭’ 김대중의 영향력이 여전한 셈이다. 김대중 이사기자는 한국언론재단이 지난 10월 초 조사한 ‘한국 사회나 언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칼럼니스트’ 순위 1위(42.7%)에 오르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김대중 이사기자·방상훈 발행인·조갑제 <월간 조선> 대표이사 3명이 10위권에 올랐다.

전문가들이 평가한 영향력 있는 언론인 2위는 정연주 KBS 사장이었다. 정사장은 <한겨레> 논설주간으로 일하던 지난해에는 10위권에 오르지 못했지만 KBS 사장이 되고 나서 단숨에 2위(8.4%)에 올랐다. 정연주 사장은 “변함 없이 언론의 정도를 걷겠다”라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이 3위(7.9%)를 기록한 손석희 MBC 아나운서이다. 매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손석희의 시선 집중>을 진행하면서 목요일 밤마다 MBC <100분 토론>으로 얼굴을 내미는 손씨는, 영향력 순위에서 <뉴스 데스크> 엄기영 앵커(5위)를 제쳤다. 손석희 아나운서는 2001년 좋아하는 언론인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해, 꾸준한 인기에다 영향력까지 두루 갖추게 되었다.

조·중·동 사주들의 영향력은 방상훈(4위) 홍석현(6위) 김병관(7위) 순으로, 지난해보다 1∼2계단 떨어졌다. <문화일보>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13위)과 방송인 전여옥씨(14위)도 영향력 있는 언론인 대열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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