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장관' 그늘에 묻히는 검찰 개혁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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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 무르익자 ‘개혁’은 시들고…
대선 자금과 노대통령 측근 비리 등 최근 검찰 수사만 놓고 보면 법무부와 검찰과 청와대는 찰떡궁합이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특검’ 법안이 11월10일 국회를 통과하자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겠다며 반발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대통령에게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월16일 ‘특검 거부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강장관과 검찰에 힘을 실어주었다.

역설적이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뒤 법무부와 검찰이 이번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이다. 대검 출입기자들에게 ‘법무부-검찰 이상 기류’는 검찰지상사(檢察之常事)였다. 최근에도 강장관과 검찰은 송두율 교수 사법 처리 문제로 이견을 드러냈다. 강장관과 검찰은 지난 9월에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검찰은 강장관의 ‘측근’인 이 아무개 검사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기류는 10월2일 열린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계기로 화해 국면으로 바뀐 듯하다. 징계위원장인 강장관을 비롯해 법무부측이 3명, 검찰측이 3명 등 모두 7명이 참석했는데, 예상과 달리 6 대 1의 일방적인 표결로 이 아무개 검사의 무혐의를 확정지었다. 검찰 간부들은 조직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장관의 체면을 세워주었다.이 날 표결로 강장관의 권위는 유지되었지만 검찰 개혁은 그만큼 늦춰졌다. 노무현 정부 최대의 스타 장관이기는 하지만 정작 법무부장관으로서 스스로 약속했던 검찰 개혁에 진전이 없다는 것은 강장관의 최대 약점이다.

서초동 주변에서는 “강장관은 검찰 장악에 실패했다. 어차피 정치권에 갈 사람 아니냐”라며 벌써부터 강장관 대망론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도 검찰 개혁 의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검찰 개혁의 밑그림을 짜던 박범계 청와대 비서관이 물러나고, 이용철 변호사가 민정2비서관을 맡았지만 수개월 동안 검찰 개혁에 대한 이렇다할 보고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청와대·총리공관 오찬 두고 뒷말 무성

이 때문에 강장관이 검찰 개혁은 포기하고 역대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이 맡았던, 청와대와 검찰의 가교 역할로 선회하려 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은 11월10일 전국 지검 강력부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고 건 국무총리도 11월11일 공안부 검사들을 총리공관으로 불러 저녁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이례적인 간담회를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뒷말이 무성했다고 한다.

한 소장 검사는 “참석한 일부 간부들 가운데 평소 청와대 쪽에 안테나를 세웠던 사람이 포함됐다는 얘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검찰이 가까워질수록, 강장관이 법무부장관이 아닌 스타 장관으로서 언론에 자주 등장할수록 역설이 발생한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강장관을 기용했던 노대통령의 애초 구상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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