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YS,최대 통일 방해인물…통일후 지도자, DJ 1위 김정일 4위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2000.11.0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일 후 지도자’는 DJ 1위, 김정일 4위
통일 분야 설문에서는 예년과 달리 흥미 있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변화한 정세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특히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화려한 등장’은 통일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인식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통일 관련 정책 결정에 가장 유력한 인물 혹은 집단’을 묻는 설문에 전문가 중 43%가 김대중 대통령을 꼽았다. 정권 출범 초부터 대북 포용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고, 급기야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를 근본적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은 또한 ‘통일 이후 가장 유력한 지도자’를 묻는 설문에도 전문가 중 8.3%가 그를 지목해 1위에 올랐다.
비록 10위 안에 들지 못했으나 집단을 제외하고 `‘통일 관련 정책 결정에 유력한 인물’로는 김정일 위원장(2.3%), 임동원 국가정보원장(2.0%), 박재규 통일부장관(1.8%)이 지목되었다. 또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에서 민주당(12.0%)과 국회(8.3%)가 김대통령에 이어 2위와 3위에 오른 것은 현재 대북 관련 정책의 상당수가 국회 심의 단계에 와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또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으로 국정원(4.0%)이 통일부(6.7%)나 심지어 시민단체(4.5%)보다 영향력이 낮게 나온 것은 실정을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국정원이 했던 여러 가지 역할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역시 흥미로운 것은 ‘통일 이후 가장 유력한 지도자’를 묻는 설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4위(3.1%)에 올랐다는 점이다. 통일 정책 결정에서 김대통령에 이어 2위(8.3%)에 오른 것은 그가 북한의 지도자라는 사실 관계에 근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 이후 지도자 중의 한 사람으로 비록 김대중 대통령(8.3%) 이인제 민주당 최고위원(6.3%)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5.9%)의 뒤를 잇기는 했지만 그가 지목되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선 김위원장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가 상당한 정도로 해소되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인지도 모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의 남북 관계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분석하기도 예측하기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최근 북·미 관계가 진전되자 국내 언론에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용어가 또다시 등장했다. 통미봉남은 남북 관계가 감정적으로 악화했던 김영삼 정권 시절의 용어다.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 응한 이유 중에 대미 관계 개선을 위한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도, 이를 미국과 개선되면 남한과는 문을 닫겠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1차원적 분석에 불과하다.

정상회담 이후 김위원장의 행보는 봉남(封南)보다는 오히려 통남(通南)을 통해 자신을 ‘북조선만의 지도자’가 아닌 한반도 전체의 지도자로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의 결과는 그것이 결코 과대망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통일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될 인물 혹은 집단’에서 1위는 보수세력(16.5%), 2위는 김영삼 전 대통령(12.1%)이 차지했다. 집단이 아닌 인물 중에서 한때 통일 대통령을 꿈꾸기도 했던 YS가 최대의 ‘통일 걸림돌’로 지목되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