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년 올해의 인물' [경제] 정몽헌 전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3.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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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민족 사업가?
 
한 재벌 총수의 돌연한 투신 자살이라는 비극성이 강렬한 기억을 남긴 것일까. 8월4일 유명을 달리한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은 <시사저널>기자들에 의해 경제 분야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었다. 한국 사회는 아직 그에 대한 최종 정리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가 왜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진짜 이유를 알지 못하며,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 역시 극단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는 남북 화해와 평화를 일구려고 모든 것을 걸었던 민족 사업가였을까, 아니면 대북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 결국 현대그룹을 망가뜨린 실패한 기업인일 뿐일까.

그는 지금도 뉴스의 중심권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가 이승을 등지면서 남아 있는 자들에게 남북 경협 사업을 어찌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던졌고, 아직 국민적 합의라는 숙제를 끝내지 못한 탓이다. 그를 생생히 기억하게 하는 사건은 더 있다. 11월부터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과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그는 부활하고 있지만 달갑지 않을 것이다.

‘경제 권력자’ 이건희와 삼성의 파워 입증돼

경제 분야 2위로 뽑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도 올 세밑은 고통의 시간이 되고 있다. 최근 검찰이 1996년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를 이회장 자녀들에게 시가보다 싸게 넘겨 회사에 9백6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에버랜드의 전·현직 사장을 불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에버랜드 건은 이회장에게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를 후계자로 만들게 된 알파요 오메가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의 총구는 이회장에게까지 겨누어지고 있는 인상이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경제 권력자인 이회장이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은 않으리라고 내다본다. 이회장은 지난 7월 ‘마의 1만 달러론’과 ‘천재경영론’을 제기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새삼 웅변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회장뿐만 아니라 이재용 상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리고 법인 삼성전자가 거론됨으로써 집단으로서 삼성의 힘을 입증했다.

최태원 (주)SK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지난 2월 검찰이 전격적으로 SK 수사에 착수하면서 질곡의 세월을 보냈다. 검찰의 SK 수사는 두 사람을 단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선 자금 수사의 단초가 되었으며, 이것이 세밑 정·재계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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