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반 타의반’ 지역구 이전설 도는 의원들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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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은 움직이는 거야”
지난 12월 초, 부산에서 발행되는 <국제신문>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허성관 행정자치부장관·박봉흠 기획예산처장관·조영동 국정홍보처장·김영춘 열린우리당 의원을 여권이 영입해 부산 지역에 출마시키려는 ‘빅5’라고 보도했다. “희망 사항이지.” 김영춘 의원(서울 광진 갑)은 이렇게 반응했다. 요청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쪽 사람들에게 지역구를 옮기지 않겠다고 이미 딱 잘라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김의원이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 “당에서 전국적으로 선거 전략을 어떻게 짤지 토론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1월 안에 지도부가 구성되면 (지역구를 옮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라는 것이다. 김의원은 2003년 7월7일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부터 국회의원을 한번 더 하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참정치를 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로 미루어보면 ‘김영춘 부산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지역구를 옮기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그물망처럼 체계화한 인적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해야 하고, 낯선 지역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이다. 물론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다.

최근 정치권에는 부쩍 아무개 의원이 지역구를 옮긴다는 소문, 누구는 은밀히 사무실을 냈다는 말들이 떠다닌다. 민주당 유용태 원내대표는 “중진들이 수도권으로 오고 호남엔 신인들이 나서면 좋을 것이다”라며 ‘중진 의원 수도권 징발론’을,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강남 의원들이 강북에 출마해야 한다”라며 ‘강남 물갈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준표·안상수, 대구·마산 이전 소문

최근 거론된 대표적인 사례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 덕진)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정동영 종로 출마설’이 다시 정치권 물밑에서 회자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너무 뜨지 않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데, 정의원이 종로에 출마해 수도권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라는 그럴듯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종로를 떠나 부산에서 출마해 지역 감정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것처럼, 정의원도 몸을 던져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큰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종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이런 소문에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정의원측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고 말한다. 도대체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며 출처를 찾아보라고 정의원이 지시했을 정도라는 것이다. 정의원도 지역 신문 기자들에게 “호남에서도 이제 민주당 깃발로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진검 승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라며, 전주에서 3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에도 최근 홍준표·안상수 의원이 지역구를 대구와 마산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두 사람은 한 번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부인했지만, 한나라당의 한 대구 출신 의원이 “대구로 내려오라”고 말하는 장면이 목격된 것으로 보아서 홍의원은 한때 안팎에서 ‘대구 출마’ 유혹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 2명은 지역구를 옮겼다. 민주당 김중권 최고위원은 지역구인 경북 봉화·울진을 떠나 17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 갑에 출마할 생각이다. 그는 12월17일 “고향을 떠나는 것이 괴롭다. 하지만 총선 승부는 수도권에서 날 수밖에 없다. 당으로부터 서울에서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경기 고양 일산 갑 지구당위원장이던 홍기훈 전 의원은 아예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간판을 달고 호남 지역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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