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들 묘수 있다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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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2교대제 근무·임금피크제, 중장년 고용 안정에 효과
흔히 중장년층이 버티고 있어 청년 실업이 심각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근거가 희박한 통념이다. 청년 실업률은 경제 위기 이전인 1990년대 초·중반에 성인 실업률보다 4배나 높았다. 그동안 노동 수요가 크게 줄지 않은 탓에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반면 중장년층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명퇴 혹은 조퇴로 불리는 감원 태풍에 휩싸인 데다가 비정규직이 크게 늘고 있어, 양뿐만 아니라 질까지 크게 악화하고 있다.

중장년층의 일자리 창출은 현안 중의 현안일 수밖에 없다. 경제 능력이 있는 부모를 둔 청년이라면 ‘캥거루족’이라도 될 수 있지만, 중장년층 실업자는 부양 가족과 함께 당장 생계를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거론한 유한킴벌리의 사례가 주목된다. 일자리 나누기의 좋은 대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3조3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유한킴벌리에는 생산 현장에 투입되지 않는 ‘예비조’ 노동자들이 있다. 4조2교대 혹은 4조3교대 근무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포와 김천 공장에서 시행하고 있는 4조2교대제는 4개조 가운데 2개조가 12시간씩 하루 24시간을 근무한다. 대전 공장의 4조3교대제는 3개조가 각각 8시간씩 일한다. 4조2교대제의 경우는 25%, 4조3교대제는 33% 감원 예방 효과가 있다. 예비조로 불리는 2개조 혹은 1개조는 쉬면서 교육을 받는다. 가령 4조2교대제의 경우 1주기가 16일인데, 주간에 12시간씩 나흘 근무하면 3일 동안 쉬고 하루는 교육을 받는다. 야간 근무 나흘을 하면 그 다음 나흘을 쉰다.
그렇다면 회사 처지에서는 손해가 아닐까. 이 회사 손승우 대외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과 교육 기회를 줌으로써 회사 처지에서는 품질 향상을 꾀하고 임직원을 지식노동자로 무장시키는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가 시행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재해율은 뚝 떨어졌으며 1인당 제안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놀라운 성과를 얻었다.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두 배, 6배 이상 뛰었다.

일자리 나누기뿐만 아니라 임금피크제도 저고용 성장 시대의 파고를 누그러뜨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임금피크제란 고용 보장(현행 정년 보장 혹은 정년 후 고용 연장)을 전제로 일정 시점 이후 종업원의 임금을 낮추는 제도다. 사실 한국은 정년이 있다고 해도 일본처럼 법적 구속력이 없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사정이 낫다는 3백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도 평균 정년이 56.6세여서 국민연금 수급 연령(현행 60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정한 연구위원은 “연공급제 성격이 강한 현행 구조에서 종업원의 고용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현 가능하고 가장 강력한 대안이 임금피크제이다”라고 말한다.

신용관리기금 등 몇몇 기업이 시행하고 있고, 금융기업 등에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노사 모두 임금피크제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노조는 정년도 보장하지 않고 임금만 삭감하는 제도로 여기고, 기업은 고령자의 직무 재설계나 대우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이든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이든 노사 어느 한쪽에 유리한 방식은 있을 수 없다. 가령 임금을 낮추는 선을 몇 살로 할지, 감액률을 얼마로 할지, 또 정년을 연장한다면 몇 살로 할지를 두고 노사가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다. 관건은 노사가 이런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느냐에 있다. 특히 사용자측이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김정한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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