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과 친한 사람 5만명”
  • 문정우편집장 (mjw21@sisapress.com)
  • 승인 1997.03.2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고문, 적극 나서 인맥 형성·관리…사회 전분야에 ‘팬’ 만들어
신한국당 이수성 고문의 인맥을 얘기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의 인간 관계는 다채롭고 폭 넓다. 오죽하면 정가에서는 아마도 자기가 이수성 고문과 매우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5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고문에게 서울고(8회)와 서울 법대(14회) 동문은 그가 가진 인적 자산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의 사람 사귐은 학교를 뛰어넘고 여야를 넘나든다. 정·관계에서 그와 가까운 사람을 헤아리기보다는 그와 소원하게 지내는 사람이 누군가 꼽아보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이러한 인적 자산의 바탕은 그의 가문이다. 그는 조선 시대에 판서만 여덟 사람을 배출한 명문가의 후손이다. 그리고 그의 부친 이충영씨는 동경제대 법학부를 나와 평양복심법원 판사를 지냈고,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초대 법무부장관 제의를 받았던 당대 최고 엘리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어려서부터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얼굴을 익힐 수 있었다.

70년대 중반 그의 동생인 민주당 이수인 의원이 반공법을 위반해 구속된 일이 있었다. 그 당시 이의원이 구속되자마자 순식간에 박순천씨를 비롯한 각계 원로 5백여 명이 연대 서명해 석방탄원서를 냈다. 원로들은 이의원이 ‘이충영의 아들’이라는 얘기만 듣고 두말 없이 서명했다고 한다. 부친을 신뢰하는 원로들이 이고문이 성장하는 동안 든든한 울타리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고문은 지금도 부친과 인연이 깊은 강영훈 전 총리나 서영훈 전 KBS 사장 등 원로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가 사람을 사귀는 방식은 철저하게 한국적이다. 그만큼 ‘나이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한 살이 많으면 무조건 형이요, 한 살이라도 적으면 자네라고 부른다.

평교수 시절, 매일 초상집 두세 곳 순례

그는 경조사를 잘 챙기기로 정평이 나 있다. 평교수 시절에 그는 매일 초상집을 두세 곳 순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는 자기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열 일 제쳐놓고 매달린다. 그 때문에 그의 동생 친구들까지도 그의 덕을 본 사람이 허다하다. 이고문 집안의 4형제는 전부 경기고 아니면 서울대 출신인데 그들 형제의 친구들이 고스란히 맏형인 이고문의 인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학규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이번에 입각한 송태호 문체부장관이 모두 동생 친구들이다.

그가 어려움에 처한 주변 인사들을 돕는 데 얼마나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섰는지 잘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그가 서울대 교수일 때 일이다. 교수 가운데 한 사람이 검찰과 관련한 민원이 있어 원로 교수를 찾아가 상의했는데, 그 교수가 ‘이수성이가 힘 좀 쓴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그는 그 자리에서 조교에게 자신의 오후 강의를 모두 휴강하도록 지시한 다음 부탁한 교수를 데리고 검찰로 달려가 즉석에서 민원을 해결했다. 그 교수는 그날 이후 열렬한 ‘이수성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 있을 때나 총리 직에 있을 때나 자기 주변 인물을 적극 끌어주는 스타일이었다. 마음에 드는 인물에게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그 때문에 서울 법대 내에는 지금도 이수성 사단이라고 불리는 교수 그룹이 있다. 이번 개각 때도 그와 함께 일했던 이환균 총리행정조정실장이 건설교통부장관, 송태호 총리비서실장이 문체부장관으로 발탁되었다. 그래서 총리실 관계자들은 그가 떠나면서도 부하들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고마워한다.

그는 정·관·학계뿐만 아니라 재계 인사들과도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92년 대선 당시 이고문을 국민당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고 검토했을 만큼 그를 각별히 생각했다. 학교는 다르지만 고교 입학 동기인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경기고)과도 친분이 두텁다. 그 때문에 정가에서는 이고문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정치 자금을 수백억원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인간 관계는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어떤 대권 주자와 견주어도 손색 없을 만큼 진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