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 별로 정리한 `민경찬 게이트` 진상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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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게이트’ 쟁점 정리/“문제 된 후 뒤처리 깨끗하게 했다” 밝혀
경찰은 현재까지 투자자와 자금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민경찬씨가 조성한 투자 자금 자체가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청 이상원 특수수사과장은 “펀드 조성 혐의가 없다. 금융 계좌도 뭉칫돈 흔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도, 모금 자체도 없는 단순한 촌극이라는 설명이다. 과연 그런지 민경찬씨가 직접 말한 내용을 중심으로 ‘민경찬 게이트’의 핵심 쟁점을 짚어 보았다.

투자자는 없는가:1월30일 민경찬씨와 대면 조사를 벌인 금융감독원 신해용 국장은 “민씨가 47명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월4일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사건이 표면화하기 전 이뤄졌던 민씨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대면 조사에서, 민씨는 ‘투자자가 65명이다’라고 진술했다”라고 민씨의 주장을 뒤집었다. 이 사실을 알려주자 민씨는 크게 당황하며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했냐”라며 화를 냈다.

투자자는 있고 그 수도 50명이 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1월3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씨는 투자자 수를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선에서 조정했다고 시인했다. “사람 숫자가 문제가 되더라. 어제 오늘 사람들 만나서 숫자는 조정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숫자로. 다 빼고 명부를 만들었다. 법적으로 50명 넘으면 문제가 있다니까 40명 전후로 만들었다. 다 컨트롤했다.”

<시사저널> 보도 이후 청와대 직원을 만나기 전까지 민씨는 투자자 수가 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6백50억원 투자 모금이 이루어졌나:민씨는 그동안 청와대와 금감원 대면 조사에서 6백50억원 모금 사실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2월5일 밤 서대문경찰서로 호송되기 앞서 모금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1월1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민씨가 모금했다고 말한 액수는 5백70억원이었다. “10월3일인가, 4일인가부터 법적으로 사업을 준비하며 펀딩을 받기 시작했다.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많이 걷히면 100억원 정도라고 봤다. 처리할 방법이 없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야 될 것 같다.”

투자 자금 총액은 1월26일 6백50억원으로 늘어 있었다. 민씨는 “이제 그만 들어와도 되는데 부담스럽게 목돈이 밀려든다. 지난 한 주만도 70억원이 넘게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투자 액수와 유형은?:투자 자금은 분명히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2월3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씨는 “한나라당이 계좌를 확보한 것이 맞는가?” “금융 계좌를 함부로 오픈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물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씨는 투자 자금의 액수와 유형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민씨는 “10억원짜리 투자자가 가장 많다. 5억원·10억원·20억원 단위로 받았고, 한 사람은 8억원을 투자했다”라고 말했다. 뭉칫돈으로 투신권에서 자꾸 자금을 빼서 이쪽으로 와서 뒷말이 난다고도 설명했다.

2월6일 기자와 만난 민씨는 “박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관련되었다고 (해서 계좌를) 새로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뒤처리를 깨끗하게 했다는 것이다. 2월4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연행된 민씨가 어떻게 깔끔하게 정리할 여력이 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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