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씨가 털어놓은 `펀드의 진실`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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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찬 펀드’를 맨 처음 보도한 <시사저널>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민씨와 계속 접촉했다. 전화와 유치장 면회 등으로 10여 차례 인터뷰한 내용을 모두 공개한다.
1월24일 토요일 10시5분. 1월15일 민씨를 만난 이후 보강 취재를 했고, 마지막 확인 차원에서 통화했다.

투자금은 더 모였나?
6백50억원쯤 되는 것 같다. 1주일 사이에 한 70억원 넘게 들어왔다.

어떤 사람들이 투자했는가?
투자자를 밝히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

기업체에서도 투자했는가?
기업은 없다. 모두 개인이다. 개인 위주로 최소 2억∼3억원 이상 투자했다.

문제가 있는 돈이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를 일으킬 투자자는 한 사람도 없다.

1월29일 목요일 13시29분. <시사저널> 보도를 모든 언론이 인용해 파문이 확산된 직후 민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문제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하고 상관없는데 금감원으로 보내라고 난리다. 금감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 펀드가 아니라 투자개발회사다. (나는) 부동산 개발을 위한 회사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금감원 조사를 받는가?
내가 가서 해명을 해줘야 보고서를 내기 때문에 가기는 갈 것이다.

사무실은 어디에 있는가?
사무실이 두 개 있다. 하나는 강북 프라자호텔 뒤편에 친구가 하는 사무실이 있다. 법인 등록을 하고 강남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려면 두 달 정도 걸릴 것이다. 그동안은 프라자호텔 뒤편의 친구 사무실을 빌려서 사용하려고 한다. 사무실 할 거다. 어제, 그제 청와대 사람 만나서 그랬다. 청와대에서 기자를 만나면 “문제가 될 줄 몰랐냐”고 그러더라. 3개월 후에 터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어제 저녁 두 시간 동안 민정 사람들하고 같이 있었다.

계속 잡음이 커진다.
뭉칫돈으로 투신권으로 빼가니까 그런 쪽에서 말이 많은 것 같다.

문제가 커져 미안하게 생각한다.
괜찮다. 수동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이게 낫다. 고맙다. 법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그러더라. 1월30일 금요일 3시8분. 민씨는 어느 정도 법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였다. 29일 민씨는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전화 통화 내용이다.

투자회사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펀드가 아니라 투자회사이고, 원리금 보장에 관한 약속이 분명 없었다. 이런 일이 생겨 돈을 다 날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잘 알지 않느냐. 사람 숫자가 문제가 되더라. 어제 오늘 사람들 만나서 숫자는 조정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숫자로. 다 빼고 명부를 만들었다. 법적으로 50명 넘으면 문제가 있다니까 40명 전후로 만들었다. 다 컨트롤했다. 그렇게 해서 무마되는 걸로 조율했다. 언론이 가만히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면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지금은 행위를 안 했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다.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 시행회사를 차려서 거기서 남는 자금으로 주식 투자하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부동산 개발 그렇게 하기로 다 처리했다.

2월2일 월요일 9시16분. 주말 동안 언론은 민씨를 집중 성토했다. 민씨는 “예. 주기자님”이라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주말 어떻게 지냈나?
죽을 맛으로 보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나?
거의 다 정리가 됐다. 청와대에서는 일만 합법적으로 하라고 한다. 그렇게 결론 났다.

발표는 왜 안 하나?
그렇게 발표할 순 없다. 언론에는 검찰에 의뢰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거의 다 정리가 되었다. 위법이 없는데. 사람 수와 회사 성격 등 세 가지로 다 정리가 됐다. 청와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경찰청에서 조사에 나섰다.
만나도 할 말이 없다. 괜히 오버하는 거다.

투자자들 중에 피해자가 없나?
없다. 한 번은 이런 상황을 통과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놓았다.

청와대에서 명단은 조사하지 않았는가?
그건 내가 말할 수 없다. 확인해줄 수 없다(민씨가 기자에게 이런 식으로 답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칙적으로 개인의 금융 거래에 관한 비밀이다.

사업은 진행하는가?
할 것이다. 사무실은 다음 주에 계약하겠다. 시끄러워서 합법적으로 빨리빨리 진행하겠다. 다음 주에는 술이나 한잔 하자.2월2일 월요일 14시51분. 기자와 전화 통화할 때 민씨는 여전히 느긋했다.

정리가 다 됐나?
정리가 다 된 것이다.

만나서 해명을 하자.
청와대 접촉 금지령이 내려서 이야기할 수 없다. 허락을 받아야 한다. 기자회견 하겠다고 했는데 일단은 있어보자고 한다. 청와대에서 강경 검사, 특수청에서 내사한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해서 시간을 벌면서 보기로 했다. 다음 주 사무실 계약하고 오픈할 때쯤 인터뷰하자.

청와대와 금감원은 다 조율이 된 건가?
그렇다.

언론 보도에 대해 억울한 것은 없는가?
언론에 잘못 보도된 거 많다. 변호사 사무실에 공소장도 다 만들어놓았는데 청와대에서 못 넣게 한다. 청문회라도 나가겠다고 청와대에 이야기했다. 청문회는 1인 주연의 광고다. 반대할 이유 없다. 민주당에서 투자자 한 명을 찾았다는 정보가 들어온다. 미치겠다.

기사를 쓰려고 한다.
지금은 쓰지 말아라. 지금은 청와대에서 하지 말라고 한다. 말이 나오면 안 된다. 이럴 때 갈등이 생기면 안 된다.

2월2일 월요일 19시18분. 2일 오후 금감원 조사 발표가 있었다. 전화 통화에서 민씨는 오히려 기자를 안심시키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직 차관급 인사가 개입되었다는데.

단순한 투자자다. 개입해서 역할을 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 확대 안 되도록 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소설이다.

11월 청와대를 찾아가 사업을 한다고 직접 통보했다. 그 이후 청와대는 어떻게 대응했나?
“하면 안됩니다. 하면 안됩니다” 그랬다.

2월3일 화요일 13시52분. 1월31일 민씨 출금 사실이 알려졌다. 전화 통화에서 민씨는 사정 당국이 “시늉만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되어 가나? 수사가 확대되어 간다.
어쩌겠는가. 그렇게 하는데. 경찰청은 내사 단계에서 피해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별로 상관없다.

청와대와 이야기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시늉은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시늉만 내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움직이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통화해 봤는데 원칙적으로 수사하는 데 아무 것도 없다고 한다.

시늉만 한다고 이야기가 되었다는 것인가?
그렇다.

2월3일 화요일 17시17분. 전화 통화. ‘한나라당이 계좌를 확보한 것 같다’며 민씨는 놀랐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나라당이 자료를 입수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이 계좌 확보한 것 맞는가? 금융 계좌를 함부로 오픈할 수 있는가? 내가 투자자들에게 다 이야기했는데 투자자 3명 정도가 한나라당과 접촉했다. 그들은 합법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투자자들의 투자액은 어느 정도인가?
보통 10억이 많다. 5억원·10억원·20억원 단위로 받았다. 한 사람은 8억원을 투자했다.

2월4일 수요일 14시56분. 전화 통화. 청와대에서 민씨가 주장한 투자자 수를 뒤집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민씨는 “그럴 리가 없다”라며 화를 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민원장이 투자자 수를 65명에서 47명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어떻게 된 것인가?
누가 그랬는가. 청와대에서 실수한 것 같다. 말실수다. 오늘 아침 문수석하고도 통화했는데.

청와대에서 민원장을 버리기로 한 것 아니냐?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해명서를 만들어 내야 할 것 같다. 아까 문재인 수석하고 해명서를 내기로 했다.

민정수석하고 말인가?
그렇다.

지난 수요일 청와대 사람을 만났을 때, 금감원으로 가서 정리하고 발표하고 나면 정리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내가 지금 청와대에 전화해 보겠다. 반전시킬 만한 무기가 있다. 확인해 보고 통화하자.

2월4일 수요일 오후 3시께, 민씨는 기자와 통화를 마치자마자 서초동 사무실에서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관에 의해 연행되었다. 곧바로 민씨는 각 언론사에 해명서를 보내 ‘돈은 동업자의 여러 계좌에 있다’라며 `‘6백50억원 모금’을 주장했다.

2월5일부터는 민씨의 단순 사기극이라는 설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민씨가 말을 바꾸는 등 진실성이 없어 민씨가 만들어낸 얘기일 수도 있다. 대통령 사돈이라는 이유로 누가 수십억원씩 돈을 맡기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씨가 “6백50억원 모금 자체가 없었다”라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6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민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병원에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며 5억3천5백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2월6일 금요일 9시24분. 2월5일 민씨는 6백50억원 모금 사실을 번복했다. 서대문경찰서 유치장 면회실에서 민씨를 만났다. 자금 모금 사실을 번복한 것 때문인지 민씨는 경찰이 입회했지만 해명부터 했다.

괜찮은가?
박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이와 관련되었다고 (해서 계좌를) 새로 만들었다.

새로 다 만들었다고?
그렇다.

박사장 이름으로?
그렇다.

박사장이 노출될 가능성은 없는가?
없다.

정리는 잘 된 건가?
그렇다.

깔끔하게 해줬나? 그쪽에서.
그렇다.

유사 수신 행위는 처벌이 가벼운데.
그렇게 안 되는 것 같다. 여기에 들어와 정치를 많이 배웠다.

사업가가 정치를 배우고 있다니?
다 정치로 푸는 것 아닌가.

내가 괜히 사업 얘기 꺼내 이렇게 되었다.
아니다. 괜찮다.

2월7일 토요일 9시. 서대문경찰서 유치장 면회실. 경찰은 민씨의 단순 사기극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잠은 잘 잤는가?
잘 잤다. 편하다. 운동도 하고. 아침을 안 먹다 어제는 아침을 먹었더니 하루 종일 속이 안 좋았다. 그래서 오늘은 안 먹었다. 하루 5∼6시간씩 운동하다 못하는 게 답답할 뿐이다.

구속 영장이 떨어졌다. 심경이 어떠냐?
담담하다. 다 내 잘못이다.

투자자가 있다고 했다가 바로 없다고 해도 괜찮은 것인가?
그러기로 했다.

대통령과 친인척이어서 가혹한 점도 있다.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것 아닌가.

수사받는 것이 힘들지는 않은가?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인지 몰라도 수사를 그렇게 가혹하게 하지는 않는다.

필요한 것 없는가? 먹을 것이나 책을 넣어주려고 한다.
먹을 것은 필요 없고 논픽션, 시사 관련 책이나 넣어 달라. 나중에 술이나 한잔 하자. 2월8일 일요일 1시. 서대문경찰서 유치장 면회실. 기자가 민정수석실을 성토하자 민씨는 “괜찮다”라고 했다.

민원장이 완전 사기꾼이 된 것 아는가?
시간이 지나야 한다.

조사는 끝났는가?
어제 다 끝난 것으로 안다.

청와대 쪽에서는 뭐라고 하는가?
별 말 없다.

양인석 민정수석실 사정비서관이 사표를 냈다.
나 때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나와 관련되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른 이유가 있다.

작년 6·7월께 민원장을 사정했을 때 제대로 하지 못해서 책임을 진 것 아닌가?
아니다.

사업은 어떻게 되는가?
계속할 것이다.

2월9일 월요일 9시. 서대문경찰서 유치장 면회실. 면도를 했지만 얼굴은 더욱 초췌해 보였다.

민원장을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계속 몰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 조사받았는가?
아니다. 쉬었다.

경찰청 조사는 끝났는가?
그렇다. 하지만 저쪽에서 국감 준비를 해야 하니까 대답해줘야 한다.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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