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경기 광명 을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4.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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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희 ‘저력’이냐 양기대 ‘탄력’이냐
경기도 광명 을 지역구는 전재희(한나라당) 박정희(민주당) 양기대(열린우리당) 김연환(민주노동당) 후보가 경쟁하고 있다. 한 달 전까지도 전재희 후보의 독주가 예상되었지만 탄핵 정국 이후 전재희·양기대 양강 구도이다.

탄핵 후폭풍이 불기 전까지 광명은 전재희 의원(54)의 텃밭이었다. 행정가로서 ‘여성 최초’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전의원은 1994년 광명시장을 맡은 이래 광명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중앙당 상임운영위원으로서 한나라당에서 중진 대접을 받고 있고,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 역풍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3월21일 KBS 여론조사에서 전재희 후보 지지율은 22.6%로 40.3%를 기록한 양기대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지난 2월 여론조사에서는 전재희 후보가 양기대 후보를 17% 차이로 앞섰다.

전재희 의원은 탄핵안 발의에 서명을 거부했다가 3월11일 노대통령 기자회견 뒤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전의원은 탄핵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국회가 탄핵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유권자들은 마땅치 않다는 표정이다. 전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탄핵안 가결 뒤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하라’는 지지자들의 글이 올라왔다. 광명시 철산역에서 만난 대학생 강민정씨(20)는 “다시는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탄핵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를 꼭 행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양기대 후보(42)는 ‘탄핵 효과’에 고무되어 있다. 그는 “처음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탄핵 역풍의 거품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양기대 후보는 동아일보에서 16년간 근무하면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한국기자상을 두 번, 이달의기자상을 일곱 번 받는 등 ‘특종 제조기’로 불렸던 언론인 출신이다. 양후보는 부정 부패 척결과 정치 개혁을 주장하며 매일 아침마다 광명역과 철산역 통근자들에게 명함을 나누어주고 있다.

양기대 후보의 ‘바람’에 맞서 전재희 후보는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바닥 표를 다지고 있다. 3월18일에도 오전에는 여의도, 오후에는 철산3동 농협 목요 알뜰시장과 광명시 평생학습원을 찾아 주부들과 노인들 손을 붙잡았다. 전재희 후보는 3월21일 KBS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는 양기대 후보에 밀렸지만 ‘인물적합도’에서는 35%로 양후보(15.6%)를 두배 차이로 제쳤다.

전재희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전재희 의원은 광명의 지도를 바꿀 고속철도 광명역사를 유치했다. 고정 지지표가 결집하면 문제 없이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철산3동 번화가에서 과일을 팔고 있던 40대 여성 김 아무개씨는 “인물로는 당연히 전재희다. 여론조사 때는 누구를 지지하는지 입을 다물지만 찍을 후보를 이미 정해놓은 사람이 많다”라고 말했다.

유권자 11만명인 광명 을 지역구는 서울로 출근하는 30~40대 아파트 주민들 표심이 선거를 좌우한다. 하지만 충청과 호남 출신이 50%를 차지해 지역 표도 무시할 수 없다.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7년 동안 기초의원으로 활동한 뒤 지금은 벤처기업인이 된 민주당 여성 후보 박정희씨(38)는 ‘생활 정치’를 내걸며 양강 구도에서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광명시위원장 출신인 민노당 후보 김연환씨(51)는 광명시 소하동 기아자동차 공장 노조원과 가족들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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