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투표율 낮으면 자민련 유리
  • 文正宇 기자 ()
  • 승인 199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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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 거주자, 고연령층, 농림수산업 종사자 적극 투표 의지…여당 지지층은 냉담
자민련은 6·27 지방 선거에서 충청남·북도 지사와 대전 시장 자리를 모두 차지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지만 <시사저널>의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자민련에게 그다지 낙관적인 것이 못된다. 우선 정당 지지율에서 자민련은 두 자리 수를 간신히 넘어선 10.9%로, 민자당(15.5%)과 민주당(14.8%)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자민련은 그들의 아성인 충남에서는 15.1%를 기록해 민주당(12.4%)을 따돌렸지만 민자당(16.4%)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광역 단체장 후보에 대한 인지율과 지지율에서도 전체적으로는 자민련이 민자당에 처져 있다. 대전시에서는 민자당의 염홍철 후보가 인지율(81.4%)에서나 지지율(39.4%)에서 다른 후보를 단연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민련 홍선기 후보 인지율은 민주당 변평섭 후보보다 높지만, 지지율은 변후보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지역에서는 자민련 심대평 후보가 지지율 17.4%로, 민자당 박중배 후보와 민주당 장기욱 의원(당내 후보 경선 출마 예정자)보다 다소 앞서 있으나, 후보 인지율에서는 민자당 박후보보다 뒤지는 형편이다. 충북 지역에서는 자민련 주병덕 후보가 인지율과 지지율 각 6%와 28.9 %로 민자당 김덕영 후보와 민주당 이용희 후보에게 크게 처지는 형편이다. 여론조사 결과만을 놓고 보면 현재 충북에서는 민자당과 민주당이 각축하는 양상이다.

반YS 정서 아직 안보여

자민련은 충청 지역에서의 반YS 정서가 자민련 지지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 조사 결과는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우선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민자당을 탈당한 이후 이 지역 정서가 급속도로 반YS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일을 잘하고 있다는 사람은20.65%로, 못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22.9%)보다 약간 적은 편이다. 그리고 50.5%는 김대통령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해서 보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전체적으로 김대통령에 대해서는 높지도 낮지도 않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의 정책 수행 능력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도 김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는 점으로 정치적 신뢰성 부족(12.5%)보다는 경기 침체(41.4%)나 저소득층·농민 정책 부족(16.7%)을 들었다. 김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김종필 총재를 민자당에서 축출한 것과 같은 정치적 문제를 주된 시비 대상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김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 중에는 똑같이 자민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대전 및 대도시 거주자, 대재 이상 학력층, 화이트칼라 등이 많이 포함돼 있어 반YS 성향이 반드시 자민련에게 이로우리라는 보장이 없는 형편이다.

이상의 결과를 살펴보면, 지방 선거에서 자민련이 거둘 성과는 매우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조사 결과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민련이 이 지역에서 무시하지 못할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자민련이 창당된 후 아직 이 지역에서 지구당 창당마저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여당과 제1 야당에 도전장을 던질 만한 위치에 올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자민련과 자민련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소지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다.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가 47.2%에 이르고 있는 만큼 현재의 정당 지지율은 언제든지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지역 조사 대상자들은 지방 선거 이후 자민련이 안정된 정당으로 자리잡을 것인가 하는 데 대해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이후 자민련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26.6%가 안정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21.5%가 변화 없을 것, 21.3%가 안정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김종필 총재와 자민련에 대해 다른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대도시 거주자,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 집단, 화이트칼라 등이 자민련이 안정될 것이라고 답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자민련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주변 분위기로 볼 때 자민련이 이 지역에서 정당으로 뿌리를 내리리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내심 자민련이 이 지역 정당으로서 일정한 지분을 갖는 것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도 하다.

자민련이 내세우고 있는 충청도 푸대접론도 이 지역에서 상당히 설득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응답자의 54.4%가 충청도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고 답한 반면 발전돼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밖에 안되었다. 특히 자민련 지지율이 높은 읍·면 지역 거주자, 30대 이상, 농림수산업 종사자들이 지역 발전에 크게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안낸 민주당이 지원하면 ‘압승’

이번 조사 중 투표 성향 분석에서 응답자들은 기본적으로 야당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는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충북에서는 여야에 대한 지지율이 비슷했다. 만약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자민련을 지원한다면 자민련이 압승을 거둘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이 지역 호남 출신들은 김종필 총재와 김대중 아태재단 이사장의 연대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반면 김총재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어 야권 후보 단일화는 자민련 중심이 돼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때 충청 지역이 단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의 반응도 자민련에게는 고무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 지역민들이 단결하여 자민련 후보들을 뽑는 것이 지역 발전을 위해 낫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지역감정을 부추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다수인 40.6%가 단결해 자민련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응답은 35.9%, 모른다는 응답은 23.6%였다. 이런 류의 질문에서는 대개 응답자의 본심이 나타나기 어려운 법인데도 충청 지역이 단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당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는 데 대해 자민련측은 경상도나 전라도 사람들이 몰표를 주는 것은 괜찮고 충청도 사람들이 자민련에 표를 주면 지역감정이냐고 맞받아치고 있다. 충청 지역 유권자들의 상당수는 자민련의 이같은 논리에 대해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민련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의견은 대전(40.1%)이나 충북(34.2%)에 비해 충남(45.1%)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는 투표율도 선거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 응답자들이 예상한 투표율은 평균 67.3%이다. 이는 지난 14대 국회의원 선거(75%), 대통령 선거(80%)보다는 낮되 91년 기초의원 선거(55%)나 광역의원 선거(58.8%)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자기가 투표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75% 가량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투표 의사에 대한 질문에는 당위적인 응답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투표율은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 중 특히 충남 및 읍·면 지역 거주자, 고연령층, 농림수산업 종사자, 중졸 이하의 학력층이 적극적 투표 의지를 보였는데, 이들이 자민련의 지지 기반이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자민련 지지율은 고스란히 표로 연결될 수 있는 알짜배기라는 얘기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야 유리하다고 생각해 왔던 여당이 지금은 오히려 이 지역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아질까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충청 지역에서의 자민련 바람은 아직 자민련이 얘기하는 ‘태풍’ 수준에는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지방 선거 때 태풍이 되지 못하고 충남 지역을 맴돌이하는 미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이번 조사 결과는 이 지역 민심이 여당을 떠나 분출구를 찾고 있으며, 자민련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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