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녹음 테이프, 엇갈리는 입
  • 許匡畯 기자 ()
  • 승인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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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추문 드라마’ 주연·조연은 누구인가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성 추문에는 화려한 주연과 조연 들이 등장하고 있다. 추문의 주인공인 르윈스키를 비롯해 클린턴을 잡지 못해 안달인 케네스 스타 특별 검사, 클린턴이 이름만 들어도 지긋지긋해 할 폴라 존스가 주연이고, 이들을 둘러싼 화려한 조연도 적지 않다. 변호사 왕국답게 각 이해 당사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언론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보도하며 성 추문을 절정으로 이끌고 있다.

폭풍의 한가운데에는 ‘대통령의 연인’ 모니카 르윈스키(24)가 서 있다. 클린턴과 백악관 안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러한 사실을 친구에게 말한 것이 녹음되는 바람에 미국 정국을 좌우하는 자리에 저도 모르게 떠밀려 들어갔다.

르윈스키 “상냥한 성격” “오만한 여자” 양론

부유한 의사의 딸로, 베벌리힐스의 부촌에서 자라나 오리건 주 포틀랜트의 루이스 클라크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의 험난한 운명은, 95년 여름에 인턴 직원으로 백악관에 들어간 때부터 시작되었다. 테이프에 녹음된 본인의 말에 따르면, 그는 그 해 11월부터 대통령과 관계를 가졌다. 96년 4월, 백악관측이 그를 펜타곤(국방부)으로 보내 버린 것도 이러한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물론 그가 클린턴과 관계하지 않았거나, 펜타곤에서 린다 트립을 만나지 않았거나, 그랬더라도 트립에게 ‘중요한 경험’을 말하지 않았다면 그는 그럭저럭 평탄한 길을 밟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비록 유명세로 돈방석 위에 앉을 가능성이 거론되고는 있지만 케케묵은 옛날의 불장난까지 언론에 의해 마구 파헤쳐지는 험악한 상황에 처했다.

르윈스키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백악관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 사이에서도, 그가 상냥하고 다정하고 지적이었다는 평과 오만하고 막되어먹었으며 철이 없었다는 평이 엇갈려 나왔다. 변호사인 윌리엄 긴스버그의 말대로, 현재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세 남자, 즉 클린턴 대통령과 그의 법률 고문인 버넌 조단, 스타 검사 들에 둘러싸여 있는 르윈스키는 매우 위축되어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현재 르윈스키는 긴스버그의 도움을 받으며 폭로와 침묵, 스타 검사측과 클린턴측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논란까지 몰고 온 이번 파문의 일등 공신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국방부 직원인 린다 트립(48)이다. 그는 르윈스키와 대화한 내용을 10시간에 걸쳐 녹음하고 이를 스타 특별 검사에게 제출함으로써 클린턴의 도덕성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백악관에서 벌어지는 음모를 다룬 책을 쓰기 시작했으나, 자기 경력이 무너질까 염려해 최근 집필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만만하게 싸우고 있는 이 여장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트립은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군에서 근무했다. 민간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신뢰를 받아 주요 비밀 부서에서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시 대통령 시절인 90년부터 백악관에서 일했으며, 클린턴이 집권한 뒤에는 대통령의 측근인 빈센트 포스터 백악관 법률 고문의 사무실에서 일했다. 93년 6월 상관인 포스터가 자살하자 이 사건과 화이트워터 사건(클린턴의 부동산 관련 추문) 관련 의회 청문회에 등장했다.

그가 클린턴의 여자 관계를 증언하자 클린턴의 변호사 로버트 베넷은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공공연하게 비난했다. 관측통들은 트립의 공세가 이같은 클린턴측과의 갈등과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스타 검사의 요청에 따라 초소형 녹음기가 달린 옷을 입고 르윈스키를 만나 대화를 녹음하는 등 클린턴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데 적극 협조하고 있다.

성 추문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클린턴 사냥꾼’ 케네스 스타 특별 검사(51)다. 94년 8월 화이트워터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클린턴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슈들을 끄집어내 4년 가까이 집요하게 물고늘어지고 있다. 그는 화이트워터 사건 조사에만 벌써 2천6백만달러 이상 썼다. 그러나 그의 조사 활동에는 예산·시간·인력 모두 제한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얼마나 큰 고기를 낚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이해 관계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도 둘로 나뉘고 있다. 클린턴측은 그를 장 발장을 쫓는 냉혹한 자베르 경감에 비유하며, 시기심으로 충만해 있거나 정치적 동기를 가지지 않았나 의심한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스타 자신이 클린턴에 대한 수사를 신이 나서 벌이는 것이 아니라, 백악관측이 자꾸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그는 대통령의 비리를 가차없이 조사하면서 강력한 이미지를 심었다.
버넌 조단, 진실 아는 제3의 인물

사면초가에 몰린 클린턴에게 법률 고문 버넌 조단(62)은 몇 안되는 믿을 만한 친구다. 그는 어떤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도 않고 백악관으로부터 월급을 받지도 않는다. 또 변호사이면서도 소장을 쓰거나 법정에 서는 일은 드물다. 한때 인권 활동가로 명성이 높았던 그는 워싱턴 정가에서 손꼽히는 권력자이자 백만장자이다. 미국 굴지의 회사 11개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기도 하다.

조단과 클린턴의 관계는 각별하다. 함께 골프를 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크리스마스 이브면 부인과 함께 모여 단 네 사람이 만찬을 들기도 한다. 르윈스키 사건 조기 해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그는, 르윈스키에게 대통령과 관계를 맺은 것을 부인하라고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단은 이러한 주장을 부정했다. 르윈스키에게 뉴욕의 두 회사에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는, ‘가진 사람’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만 말했다.

조단은 클린턴·르윈스키와 더불어 이번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평소 과묵하고 냉정하며 자기 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조단의 입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다른 입을 통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는 절친한 친구 클린턴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의 또 다른 개인 변호사인 로버트 베넷은 폴라 존스와의 분쟁을 담당하고 있다. 94년 5월부터 클린턴의 성 추문 사건을 맡은 그는 이번 사건에서도 힐러리와 긴밀히 협조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굳게 입을 다문 르윈스키의 증언을 들을 수 없는 미국 국민들은 그의 변호사인 윌리엄 긴스버그(54)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긴스버그는 20년 이상 르윈스키가(家)와 친분을 맺고 있다. 30년 동안 2백 건이 넘는 소송을 다루어 대부분 승리한 이 베테랑 변호사가 르윈스키의 소송 대리인이 된 것은 그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긴스버그는 스타 검사로부터 완전한 면책 특권 같은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기 위해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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