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올해의 인물' [사회] 구성애, '닫힌 성' 깨뜨린 우렁찬 아우성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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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강의로 큰 방향 일으켜
 
‘아줌마들이 휩쓴 한해.’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98년을 이렇게 진단했다. ‘아줌마 돌풍’의 핵심은 단연 ‘의식 있는 아줌마’ 구성애씨(42 · 내일여성센터 부설 성교육센터 소장).

구성애씨는 올 한 해 한국 사회에 ‘성(性) 의식화 혁명’ 을 몰고 왔다. 10~ll월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그의 강의 프로그램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은 다름아닌 전국민 의식화 교재였다. 사실 의식화란 다원화 · 개체화한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 용어이다. 그럼에도 구씨의 의식화 작업이 성 · 연령 · 계층을 가리지 않고 먹혀들었다는 것은, 성에 관한 한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닫힌 사회’ 였는지를 반증한다.

그의 의식화 세례는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었다. 그는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유명세를 얻게 된 뒤 생긴 에피소드를 이렇게 소개했다. 밤 거리 유흥가에 서 있던 그를 알아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를 가장 열렬하게 반긴 것은 놀랍게도 이른바 ‘삐끼’ 청련들. 청년들은 구씨 손을 잡고 이렇게 외쳤다. “아줌마, 아주 잘하고 있어요. 시원해요. 저희들 많이 배우고 있어요. 좀 있다가 저희들도 이런 생활 청산할 거에요.”

성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착각’ 해 온 성인들도 그의 의식화 세례를 비켜 가지는 못했다. 아우성 강의를 듣고 자기가 ‘음란물 중독자’ 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젊은 남성은,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이유를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고 구씨에게 털어놓았다.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그의 힘은 생명에 대한 큰 긍정에서 나온다. 그는 성이 쾌락뿐 아니라 생명과 사랑을 담는 도구임을, 특유의 육담(肉談)에 실어 생생하게 깨우쳤다. 내 몸이 생명을 잉태할 소중한 몸이므로 유흥 업소 같은 데 함부로 ‘씨’를 흘리고 다녀서는 안된다니, 한국 사회에서 이런 각도로 성을 얘기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물론 구씨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 전문지<이프> 겨울호는, 구씨가 가부장적 지배 체제라는 테두리 안에서 논의를 전개하다 보니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적했다. 이를테면 구씨는 일부 일처 핵가족을 중심에 놓고 성교육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편부모 가족 · 소년 소녀 가장 가족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소외시 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욕 · 성충동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다루는 것 또한 성의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한 증거로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성에 관한 사회적 논의에 물꼬를 튼 구씨의 업적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봇물은 이미 터졌다. 교육부는 지난 11월 성교육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우성’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 보며 성교육에 대해 토론한다(그의 강연 비디오 테이프는 벌써 5만개 넘게 팔렸다).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결성, 음란물 퇴치 운동, 영계 문화 퇴치 운동. 구씨가 몸 담고 있는 내일여성센터가 벌이는 각종 활동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 뜨겁다. ‘진흙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심정으로 성교육을 계속하겠다’ 는 것이 구씨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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