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갈증’ 남자도 애탄다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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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감소해 성욕 감퇴 등 유발…테스토스테론 바르거나 먹으면 ‘효과’
체중이 75kg 나가는 남성의 몸에는 차 숟가락 하나 분량(약 1g)의 호르몬이 들어 있다. 이 적은 양의 호르몬이 남성의 성적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쾌락과 사랑의 영역으로 남성을 인도한다. 호르몬 전문가들은 호르몬이 삶의 지휘자이며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종종 운명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치켜세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호르몬을 잘 운용하는 사람이 열정적이고 활기찬 삶을 영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 사정이 달라진다. 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그동안 누려온 행복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비교적 다행스러운 점은 ‘호르몬 샘’이 마르는 속도이다. 여성 호르몬은 놀랄 정도로 빨리 말라버리는 데 비해, 남성의 호르몬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느리게 감소한다(1년에 약 1%씩 감소해서 70세쯤에 약 30%가 감소한다). 하강 곡선이 나타나는 첫 시기는 40세 전후로 추정된다.

꺼림칙한 몸의 변화를 힘 있고 욕심 많은 옛 군주들이 참고 있었을 리 없다. 그들은 열패감을 주는 몸의 변화를 막기 위해 의학자들을 동원했다. 의학자들은 오디(뽕나무 열매)의 추출물이나 약초 등에서 남성성을 보완하고 성욕을 유발하는 각종 묘약을 찾아냈다.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몸에 변화를 나타내는 물질의 존재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현대 호르몬 연구의 개척자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오이겐 슈타이나흐 교수였다. 그는 ‘수컷 쥐의 여성화와 암컷 쥐의 남성화’라는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남성 호르몬을 ‘조작’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노쇠한 쥐에게 젊은 쥐의 고환을 이식한 결과 노쇠한 쥐가 회춘했다). 1918년 그는 그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해 보았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이후 그의 병원에는 ‘회춘 수술’을 받으려는 명사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1935년 최초로 남성 호르몬 제조 성공

이후 호르몬 연구는 아연 활기를 띠었다. 독일의 생화학자 아돌프 뷔페난트는 1500ℓ의 소변에서 남성의 성 호르몬 15㎖를 추출해 안드로스테론(현재는 테스토스테론이라고 불림)이라고 이름붙였다. 1935년에는 유고슬라비아와 헝가리 과학자들이 남성 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인공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곧 갱년기 남성들이 호르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음을 뜻했다.

남성 호르몬의 비밀은 거의 다 밝혀졌다. 남성의 몸에서 대략 스물네 가지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 (고환에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테스토스테론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를 연상시킨다. 자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못 하는 일이 없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널리 알려진 대로 성기와 전립선·후두 등의 성장을 돕고, 수염과 체모를 나게 하며, 턱과 어깨를 넓혀주고, 근육을 늘려주고, 뼈의 강도를 높여주고, 집중력과 사고력을 높여준다.

엄청난 일을 떠맡고 있다 보니, 이 호르몬이 부족하면 몸이 받는 충격이 크다. 가장 큰 변화는 성욕 감퇴와 우울증 등으로 나타난다. 남성 호르몬 요법은 대부분 이 증세를 치유하기 위해 사용된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호르몬제를 피부에 바르거나, 붙이거나, 먹으면 된다. 세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는데, 최근에는 바르는 호르몬제가 비교적 인기다. 노화 예방 전문 클리닉 라 끄리닉 드 파리 김명신 원장은 몸에 바르는 호르몬제의 효과를 이렇게 말했다. “바른 뒤 30분 뒤부터 테스토스테론 양이 증가하고, 2~3일 뒤에는 성 기능 향상, 근육량 증가, 체지방 감소, 기분 전환 같은 좋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 요법은 테스토스테론이 정말 부족한 사람이 이용해야 한다.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단지 노화 예방을 위해 처방받다가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전립선암과 전립선 비대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면 중에 무호흡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이익’만 주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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