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올해의 인물' [정치] 정동영, '權 벽'을 뚫은 개혁 화살
  • 이숙이 기자 (sookyiya@sisapress.com)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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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퇴진론' 제기, '정동영 신드롬' 불러일으켜
요즘 정치권 안팎에 확산되고 있는 '정동영 신드롬'의 실체는 12월14일 열린 그의 후원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새로운 리더십으로의 초대'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 행사에 서영훈 대표, 김원기·조세형 고문, 이인제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40여명과 박근혜·손학규·정몽준·이양희 같은 스타급 정치인이 대거 몰려, 훌쩍 성장한 그의 위상을 입증했다.

 
이런 바람에 힘입어 정위원은 정치 분야 올해의 인물로 뽑혔다. 정계 입문 5년차에 불과한 그를 2000년 최고 정치인으로 선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장 최근에 '대형 사고'를 쳐 그에 대한 인상이 아직 강렬하다는 점이다. 연말 가요제나 영화제에서 가을 이후 히트한 작품이 주로 대상 물망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최신 효과'라고 부른다.

다른 하나는 그의 행동이 몰고 온 정치적 파장이다. 권노갑 최고위원이라면 DJ를 대신해 여권의 자금과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실세다. 때문에 그를 둘러싸고 숱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누구도 '성역'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권위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그의 용기가 높이 평가된 셈이다.

이른바 '권투(權鬪)' 이후 정위원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직자의 80%에 이른다는 권위원 추종자들로부터 '손 좀 봐야 되겠다'는 직·간접적인 협박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이회창·박근혜 '주목 인물'

하지만 친권파의 압력이 거세질수록 당내 개혁파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동영 신드롬'이 확산되어 가는 추세다. 한 개혁파 초선 의원은 "음모론 제기에서부터 협박에 이르기까지, 이번 일로 동교동의 후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는 정위원이 움직일 때 개혁파도 적극 동행해 저쪽의 실력 행사에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은 이미 그를 '권노갑' 급으로 대우하고 있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정국 풍향계로 떠오른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최고위원에 당선된 후 차차기 1순위로 떠올랐던 정위원이 이제는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될 것 같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00년은 정위원말고도 주로 여야의 '마이웨이'형 소신파들이 인상 깊었던 한 해였다. 

 
 

또 다른 얼굴 : 4·13총선 때 '용기 있는 선택'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왼쪽)과 국정의 한축을 이끌며 1년 내내 각종 정치 현안의 핵심 인물로 주목되어온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오른쪽 아래)도 정치 분야 올해의 인물 후보로 꼽혔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소신파라는 점과 차기 주자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맞물려 지목률이 높았다. 그는 지난 4·13 총선 때 당선 가능성이 높은 종로를 버리고 부산을 선택해 '용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그 후 그는 민주당내 영남 후보 1순위 자리를 굳혔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차기 주자로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진 야당 총재로서 1년 내내 각종 정치 현안의 핵심 인물로 등장했다는 점이, 박근혜 부총재는 그런 이총재의 독주를 견제하며 주요 고비마다 독자적인 목소리를 낸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민주당 이인제·김근태 최고위원은 정치적 비중에 비해 뚜렷한 쟁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지목률이 낮았고,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DJ의 대북 특사역으로 주목되었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 그리고 양갑 전쟁의 주인공인 권노갑·한화갑 최고위원 역시 '기타 여러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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