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의식 "개방 일로"
  • 김은남·고재열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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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실태조사 결과,
고교생 10% "성관계 경험"…중학생 17% "키스해 봤다"


중학생 6명 가운데 1명(16.6%)은 키스한 경험이 있고,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1명(10.7%)은 성관계를 가진 경험이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과 호서대 김혜원 교수 팀에 각각 연구 의뢰한 '국내 중·고생의 성의식과 성교육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다.

교육부는 새학기용 학교 성교육 지도 지침 및 자료를 개발하려고 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하반기 전국 중고생 3천6백명(중학생 1천2백명, 고등학생 2천4백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성 행동에 관한 한 10대가 급속도로 개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성 친구와 어떤 행동을 해 보았느냐고 물은 결과 중학생 가운데 절반(44.6%) 가까이는 손을 잡아 보았다고 대답했고, 키스(16.6%)와 포옹(15.9%)을 경험했다는 중학생도 6명 중 1명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에 이르면 이를 경험한 학생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다(52.4%).

중학교 때만 해도 극히 드문(2.4%) 성 경험자는 고등학교 들어 10.7%로 급증했다. 성 경험은 여학생(8.1%)보다 남학생(13.5%)이 1.5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첫 경험 상대자는 사귀는 이성 친구(74.4%)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과 첫 경험을 했다는 응답자도 16.3%에 이르렀다.

이른바 '원조 교제' 현상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고생의 1.5%는 돈을 받고 성 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흥미있는 것은, 남고생 또한 1.1%가 돈을 받고 성 관계를 맺은 일이 있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역(逆) 원조 교제'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돈을 주고 성을 산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자가 0.7%였다.

상대를 임신시킨 일이 있다는 남고생과 스스로 임신한 경험이 있다는 여고생은 각각 2.2%와 10.8%였다. 여기에서 문제는, 성 경험이 있다는 여학생(8.1%)보다 임신한 적이 있다는 여학생의 비율이 2.7% 포인트 더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설문 조사의 한계에서 말미암은 것인데, 뒤쪽 문항으로 갈수록 구체적인 성 행동을 묻게끔 구성되어 있었던 조사 설계 특성상 응답자들이 임신 관련 항목에서 더 솔직히 답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조사를 담당했던 김혜원 교수의 지적이다.

이들 임신 경험자의 대다수(76.8%)는 인공 유산으로 임신 문제를 해결했지만,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다거나(10.7%) 낳아서 입양시켰다(4.5%)는 응답자도 있었다.


성 지식 부족하고 성 역할 고정 관념 여전


성 행동뿐만 아니라 성 의식 또한 점차 대담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학생의 의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중학생 수준에서 이성간 행동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학생들은 남학생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손잡기(46.5%)-껴안기(16.8%)-키스(13.2%) 따위가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1993년 같은 내용으로 설문 조사를 했을 때만 해도 껴안기(6.0%)나 키스(3.2%)를 용인하겠다는 여학생은 훨씬 소수였다.

문제는 개방된 성 의식에 비해 10대의 성 지식이 지나치게 얕다는 사실이다. 성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중 피임을 해 보았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5.8%에 불과했다. 성 지식을 측정하는 문항에 대한 고등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6.50에 불과했다. 물론 가정-학교-사회로 이어지는 성 교육 시스템이 취약한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성인이라고 이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다(표 참조).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여전한 것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었다. '남자 할 일, 여자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남학생도 15.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중생의 경우 대체적으로 남학생보다 높은 성 평등 의식을 보여주다가 '프로포즈는 남자가 먼저 해야 한다' 같은 항목에서 남학생(10.4%) 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12.9%).

'남성=능동적' '여성=수동적'이라는 성 역할 고정 관념은 남녀 관계를 여전히 왜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 경험이 있는 고등학생 중 남학생은 '성 충동'과 '호기심' 때문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반면, 여학생은 '사랑하므로' '상대가 원해서' 수동적으로 관계를 가졌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앗다.

이중적이고 성차별적인 기성 사회의 성 문화가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10대의 성은 '열려 있는 듯 닫혀 있다'. 3월 중순께 일선 학교에 보급될 성교육 교재는 이같은 사회적 현실과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임신·피임 등과 관련된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담고 있으며, 양성 평등 의식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교육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 남승희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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