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 스포츠/'우렁찬' 조수미, '뜨거운' 이문열
  • 이문재 편집위원 (moon@e-sisa.co.kr)
  • 승인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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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나란히 '으뜸과 버금'…정명훈 · 박찬호 · 이어령 3∼5위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소프라노 조수미씨를 1위로 올려놓았다. 조수미씨의 영향력을 인지도 혹은 선호도로 이해할 수 있다면, 2위를 차지한 소설가 이문열씨가 갖고 있는 영향력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이씨의 견해에 동조하는 세력은 커다란 박수를 보냈지만, 비판 세력들은 이씨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물고늘어졌다. 지난 여름은 가위 '이문열의 계절'이었다.




정권과 언론을 마주보고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라고 비유하며, 눈에 빤히 보이는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칼럼이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다. 이씨가 '정부와 언론 둘 중에서 편을 들라면 나는 언론의 편이다'라고 밝힌 〈조선일보〉 칼럼은 반향이 매우 컸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이씨에게 직격탄('곡학아세론')을 날렸고, 네티즌들은 이씨의 홈페이지로 몰려갔다.

 


이문열 평가,
전문가 집단 따라 큰 차이

 


그 와중에 문인과 지식인 사회는 둘로 갈라섰다. 언론사 세무 조사에 대한 입장 표명은 곧 현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로 이어졌고, 그것은 색깔론과 직결되었다.


이문열씨의 영향력은 전문가 집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정치인들은 이문열씨를 1위로 꼽았고 소설가 황석영씨를 4위로 지목했다(조수미 2위, 정명훈 3위). 교수·학자 들도 이문열씨의 영향력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행정 관료(이문열 4위) 시민단체(이문열 6위)는 이씨의 영향력을 비교적 낮게 보았다. 의약계는 이씨를 10위권 밖으로 밀어냈다.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스포츠 인사

조수미 17.1%
이문열 10.7%
정명훈 8.8%
박찬호 8.7%
이어령 6.1%
백남준 4.5%
박세리 4.4%
황석영 4.1%
임권택 3.2%
서태지 2.9%


최근 7년 만에 펴낸 중·단편집 〈술단지와 잔을 끌어 당기며〉에서 지난 여름에 겪었던 논란을 소설에 녹여낸 이문열씨는, 앞으로 강경 발언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민주당 최재승 의원이 통일문학 전집에 이씨의 작품이 수록되는 것을 문제 삼았고, 강준만 교수가 최근에 펴낸 〈이문열과 김용옥〉에서 이문열씨의 현실 정치 개입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것처럼, 이씨에 대한 '관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으며 청소년에서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조수미씨의 영향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주회와 음반을 통해 한국 가곡과 뮤지컬, 팝송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내년 한·일 월드컵 개막 축전에 등장할 계획이다.


지휘자 정명훈씨(3위),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로 야구 박찬호 선수(4위)와 프로 골퍼 박세리 선수(7위), 지난 9월 이화여대 강단에서 물러난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5위), 장편 〈손님〉 발간에 이어 비무장지대에서 평화 캠프를 여는 소설가 황석영씨(8위), 화가 장승업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취화선〉을 찍고 있는 임권택 감독(9위), 일본에서도 그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서태지씨(10위) 등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응답은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납득하기 힘든 대목도 있다. 올 상반기에 '논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 10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 소설 〈상도〉의 작가 최인호씨, 올 상반기 극장가를 휩쓸었던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 등 실제 영향력이 막강했던 인물들이 거의 주목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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