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전직 간부 "진승현 게이트 주범은 김은성"
  • 권은중 기자 (jungk@e-sisa.co.kr)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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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홍 과장과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
진승현 게이트의 본질은 무엇인가? 김은성 전 차장과 정성홍 전 경제과장이 개입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국정원 게이트로 불리고 있다. 그들은 왜 이 사건에 개입했을까. 〈시사저널〉은 그들과 함께 최근까지 대공정책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간부를 만나 국정원 게이트의 진상을 들어 보았다.




사건의 본질은 뭔가?


김은성이 억울하다고 하지만, 이 사건은 김은성 게이트다. 김은성이 처음부터 끝까지 개입했다. 그래놓고 나간 사람들이 자기를 모함한다고…. 말이 안된다. 조직을 망쳐놓았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김차장이 어떻게 개입했다는 건가?


국정원은 정치·경제·사회·종교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정보를 다룬다. 현정부가 벤처를 키우지 않았나. 경제 담당 과장이 진승현 같은 사업가를 아는 게 당연하다. 처음에는 정성홍 과장이 진승현을 만난 것으로 안다. 그러면서 김차장이 개입되었을 것이다. 발이 너른 정과장은 책상물림인 김차장보다 몇 수 위다. 김차장은 정과장 보고만 믿다가 코가 꿰인 것이다.


김차장이 청렴했다는데?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김차장은 원래 형편이 넉넉했다. 아버지가 변호사이고 부인은 약사다. 하지만 IMF 직후 형 보증을 섰다가 잘못되었다. 부인 명의의 건물마저 넘어갔다. 그러다 2차장이 되면서부터 돈 되는 정보가 모이고 정과장 같은 부하가 띄워주니까 여기까지 끌려온 것이다. 한 예로 김차장은 교육문화회관에 비밀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원래 국정원에서는 차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비밀 사무실을 쓰지 않는다.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과장은 어떤 사람인가?


정과장은 과거부터 문제가 있었다. 졸병 때부터 내내 경제과에서 일해 이재에 무척 밝다. 거기다 정과장은 줄대기에 천재였다. 당연히 발이 너르다. 그래서인지 정권이 바뀌고 대기발령자가 되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대기발령자 시절 살아나려고 원장한테까지 청탁을 했다. 당시 정과장 구명 전화를 안 받은 고위 간부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정과장을 중하게 쓴 사람이 김차장이다. 김차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차장 배후에 정권 실세가 있다는 말이 파다한데.


국정원에는 올 초 진승현이 정권 실세인 ㄱ씨에게 가져다 주라고 한 비자금 100억원 가운데 20억원을 김차장·정과장 등이 나눠먹었다는 '배달 사고설'이 꽤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김방림 의원이라든가 ㄱ씨와 가까운 몇몇 인사들이 돈을 받았다고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근거가 있는가?


김차장이 진승현을 구명하려고 지난해 검찰에 전화하고 방문했을 때 검찰이 말을 듣지 않자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아는가. ㄱ씨가 있다'고 전화했다고 한다. 검찰에 출입하는 직원들마저 그게 국정원 2차장이 할 소리냐고 개탄했다.


진실이 규명되겠는가?


결국 계좌 추적에 달려 있다. 김차장과 정과장 계좌를 샅샅이 뒤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들과 연관된 국정원 계좌도 뒤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정보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넘게 지났는데 과연 증거를 그대로 놔두었을까. 또 검찰이 이 수사를 과연 제대로 하겠는가? 지금 검찰 수뇌부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김차장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라는 지적도 있다.


실세인 김차장이 저렇게까지 몰린 것을 봐서는 그런 말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너무 해먹어서 말들이 많았다. 보안이 생명인 국정원의 갈등 상황을 기자들이 알 정도 아니었나. 연기 나는 곳에 불이 나고 있다는 말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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