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제3의 사나이’ 김용석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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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회장으로 홍걸씨와 친분…이신범-김홍걸 소송 중재 맡아
지금까지 대통령 셋째 아들 김홍걸씨와 이신범 전 의원 간의 소송을 중재한 인물은 윤석중 청와대 해외언론담당 비서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공보관으로 근무할 때 “대통령의 아들이 재판정에 나가는 것은 나라 망신이다”라며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취재한 결과, 윤비서관이 중재에 나서기 몇 달 전에 이미 홍걸씨측은 제3의 인물을 내세워 이신범씨측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홍걸씨측이 이씨와의 소송을 마무리 짓기 위해 얼마나 조바심을 냈는지 반증하는 대목이다.





올 1월 이씨와 소송을 벌이던 김홍걸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 민사법원에 증인을 신청했다. 이름은 에드윈 김. 홍걸씨는 이신범씨가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에드윈 김을 증인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윈 김의 한국 이름은 김용석. 서울 역삼동에 있는 ㅈ건설의 회장이다. ㅈ건설은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 부동산 분양 및 분양 대행업, 광고대행업, 주택건설업을 주로 하는 회사로 지난해 1월에 만들어졌다. 실제 그의 회사이지만 등기부에는 김회장의 이름이 나와 있지 않다.


이신범씨는 “김회장이 지난해 4월12일쯤 나를 찾아온 일이 있다”라고 전했다. 변호인인 김재수 변호사를 통해 홍걸씨 일로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 왔다는 것. 두 사람은 이씨의 로스앤젤레스 사무실에서 30분 가량 만났다. 김회장은 미국에 갔다가 홍걸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방일영 변호사로부터 이씨와 대화가 안된다는 말을 듣고, 자기가 이씨를 만난 적이 있으니 새로운 대화 채널을 열 수 있겠다 싶어 접촉을 떠맡았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방변호사와는 ‘30년 지기’라고 설명했고, 홍걸씨와는 4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만났다는 사실은 똑같이 인정하면서도 그 날 나눈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말이 서로 다르다. 이씨는 김회장이 “대통령의 심부름으로 왔다. 홍걸씨를 잘 알고 있다. 중간에서 역할을 할 테니 합의하자”라고 했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해서 ‘빨리 끝내라. 나를 이렇게 할 수 있느냐’는 말을 홍걸씨에게 전하라고만 말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회장은 “대통령의 심부름이라는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워싱턴에 살 때 이신범씨를 만난 적이 있다. 그가 나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씨가 생각하는 바를 홍걸씨측에 전해주고 홍걸씨측이 생각하는 바를 이씨에게 전해주려고 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씨에게 생각해 보고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 접촉이 끊겼다고 말했다.


김회장이 개인 차원에서 중재에 나섰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김홍걸-최규선-황인돈 씨와 김회장이 수시로 어울렸던 것으로 드러나, 이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움직였는지는 좀더 밝혀져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김회장은 1999년 한국을 방문한 홍걸씨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공항에 배웅하러 나갔다가 방변호사의 소개로 최규선씨와 인사한 뒤 자주 만났다. 홍걸씨와는 그 스스로도 많이 만났다고 말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다. 그는 홍걸씨가 한국에 오면 식사를 같이 하는 멤버 중 한 사람이다. 홍걸씨와 홍걸씨의 동서인 ㅊ토건 황인돈 사장과 어울려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목장에 놀러간 적도 있다.


김회장은 “사업을 하면서 홍걸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ㅊ토건 황사장이 지난해 말 최규선씨와 함께 중소 건설업체 수주를 도와주겠다며 거액의 리베이트를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어, 김회장이 이런 부분에 관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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