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선 가능성 우세 …김, 지지율 선두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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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김민석 · 이명박 '용호 상박' 혈전
지방자치 선거전이 본격화했다. 대통령 선거의 해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 선거는 곧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등 유권자의 40%를 차지하는 수도권의 표심은 전체 판세를 좌우하는 상징성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여야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수도권 유권자들은 김민석 후보(민주·서울), 손학규 후보(한나라·경기), 안상수 후보(한나라·인천)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은 이명박(서울) 등 한나라당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더 높다고 본다.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도 흐름이 비슷하다.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5.5% 앞섰으나, 당선 가능성에서는 오히려 이후보가 노후보를 22.7%나 앞서고 있다.


이런 결과는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유권자 1천5백25명을 대상으로 5월 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조사는 서울 5백5명, 인천 5백13명, 경기 5백7명을 표본으로 전화를 사용해 이루어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전체 ±2.5%이다.






누가 서울시장이 될 것인가. 깨끗함과 도덕성을 무기로 내세운 젊은 후보인가, 아니면 경험과 경영 능력을 앞세운 노련한 후보인가. 서울시장 선거전은 민주노동당 이문옥 후보 등 군소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민주당 김민석 후보(38)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61)의 한판 대결로 압축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두 후보의 초반 전투는 주로 안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미지와 논리에서 앞서 있는 김후보는 가능하면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비치려고 한다. 반면 조직에서 앞서 있고 ‘말’에서 밀리는 이후보는 가능하면 텔레비전 토론을 피하려고 한다.


“대담 형식이라면 몰라도 후보가 직접 다른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의 토론회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책 토론이 되어야 하는데 후보에 대한 인신 공격성 질문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나이 어린 상대에게 맞대응하기도 그렇고…. 여하튼 토론회 방식이 확정되기 전에는 참석 여부를 명확히 할 수 없습니다.”
5월16일 오전, 이후보의 한 측근이 방송국 관계자와 입씨름을 벌이며 한 말이다.


이후보측은 그동안 진행된 YTN·KBS·MBN 등 세 번의 방송 토론회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MBN 토론회만 5 대 5 정도일 뿐 후보자가 상대 후보에게 직접 질문하는 방식으로 전개된 다른 두 번의 토론회에서는 손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후보측은 후보자끼리가 아니라 사회자가 질문을 하는 대담형 토론을 고집하고 있다. 5월23일과 24일 잡혀 있는 MBC와 SBS의 토론회는 둘 중 한 군데만 참석할 계획이다.


같은 날 오후, 민주당 김민석 후보의 한 측근은 “지방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낮은 상황에서 돈도 없고 조직도 없는 우리는 텔레비전 토론에 1차적인 승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후보측은 세 번의 텔레비전 토론에서 6 대 4 정도로 이후보를 눌렀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김후보의 대변인인 김성호 의원은 5월17일 ‘이명박 후보는 구시대적인 조직 선거를 버리고 미디어 합동 토론회에 나서라’는 성명까지 냈다.


각종 여론조사와 후보 진영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 두 후보 지지도는 팽팽하다. 5월6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김후보가 35.3%, 이후보가 34.0%로 나왔고, 5월11일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이후보가 32.4%, 김후보가 31.3%로 나왔다. <시사저널> 조사에서는 민주당 김후보(40.2%)가 한나라당 이후보(38.0%)를 2.2%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 범위 내에서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하게 접전하고 있는 것이다.





김후보측은 “아들 게이트 등으로 여론이 최악인 상황에서 백중세를 보이고 있어 이미 기선을 잡았다고 본다”(김성호 의원)라고 말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우선 당선 가능성에서 밀린다. <시사저널> 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에서 이후보(41.8%)는 김후보(33.3%)를 8.5% 앞서고 있다. 5월11일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두 후보 지지층의 세대 분화 현상과 관계가 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후보는 20∼30대에서 이후보를 두배 가까이 앞지르는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이후보가 김후보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이 때문에 김후보 캠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일반적으로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노풍’의 영향으로 그나마 적극적인 정치 참여 흐름이 형성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방 선거가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어 투표율이 더욱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 같다. 반면 이후보측은 “우리 지지자들은 반드시 투표장에 나가는 사람들이다”(최인식 특보)라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여권이 ‘아들 게이트’의 수렁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월드컵 기간에 지방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김후보측의 고민거리다. 김후보와 이름이 같은 김민석 공보특보는 “부동층이 이후보에게 몰리고 있다. 후보를 떠나 민주당이 싫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라고 진단한다.


김후보측은 이런 장애물을 돌파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3040위원회’(위원장 우상호)를 만들어 40대를 공략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투표율이 낮은 20∼30대와 달리 40대가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위원장은 “이후보에 대한 지지가 고정화한 50대와 달리 40대 유권자들은 초반에 김후보를 지지하다가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가 불거진 이후 이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이들에게 과거를 선택할 것이냐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를 물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타운미팅’이라는 이름으로 명동과 테헤란로 등에서 30∼40대 샐러리맨들과 간담회를 해온 김후보측은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유세단도 발족할 계획이다.




‘돈’ 관련 폭로 대결 벌어질 듯


반면 이후보측은 젊은층의 지지를 받지 못해 구시대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거법을 위반해 재판을 받은 것이 최대 약점이다. 재산(1백67억원)이 많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민주당 김후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성호 의원은 “이후보는 선거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당사자를 해외에 도피시켜 은폐를 기도해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김후보측은 상대적으로 ‘산소 같은 남자 김민석’을 내세우며 깨끗한 이미지를 홍보하느라 바쁘다.


이에 맞서 이후보측은 김후보의 나이가 시장으로는 너무 어리다며 “선거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라고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춘 의원은 “조직 장악 능력과 경영 능력에서 이후보가 앞서기에 시간이 갈수록 젊은층에서도 이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후보측은 20∼30대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해 ‘청년특별위원회’를 만들었고, 원희룡 이성헌 오세훈 김영춘 등 젊은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워 선거 캠프를 짰다.


물밑에서는 치열한 정보전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증권가 정보지에는 유난히 김후보와 관련한 내용이 많았다. ‘김후보의 동생이 벤처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김후보의 형이 미국에 큰돈을 보냈다’는 등 전혀 근거가 없는 것들이다. 김후보의 한 측근은 “홈페이지에 김후보에 대해 좋은 글이 뜨면 갑자기 글이 많이 올라와 다른 사람들이 그 글을 볼 수 없게 만든다. 무언가 공작적인 냄새가 난다”라며 이후보측을 의심한다. 물론 이후보측은 사이버 분야는 우리가 취약하다고 자체 평가할 정도인데 무슨 얘기냐고 항변한다.




양측이 상대를 부정적으로 비치게 하는 캠페인은 선거전이 본격화하면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후보측은 두 가지 핵폭탄을 준비하고 있다고 장담한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민주당이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라며 김후보를 침몰시킬 만한 확실한 내용이 있다고 장담했다. 김후보측도 여권의 정보력을 총동원해 이후보의 약점 잡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5월17일에 만난 민주당 관계자는 물밑에서 이후보와 관련한 ‘폭탄성 정보’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정가에서는 양측 모두 ‘돈’과 관련한 폭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나라당이 결속력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여권은 세트 플레이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가 이미 확정된 만큼 대선 후보와 지자체 후보가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파괴력이 큰데 따로 논다는 것이다. 이후보측에 비해 김후보측은 아직 당과 후보가 유기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장 선거전의 승패는 민주당의 40대 공략 작전이 성공하느냐, 20∼30대의 투표율이 얼마나 되느냐, 아들 게이트나 월드컵 등 외적인 조건이 얼마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느냐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 대선 후보의 움직임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김민석 핵심 공약



1 육아·노인 예산을 두 배 늘림

2 외국인과 함께하는 영어캠프 운영

3 1구 1잔디구장 조성으로 생활체육 활성화

4 임대주택 10만호 확보

5 인터넷 시민 투표 등 전자민주주의 실현

6 동북아 국제금융 허브 등 미래 첨단산업 육성

7 시내 버스를 모두 천연 가스 차로 조기 교체

8 교통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

9 서울을 세계 속의 문화 중심지로

10 한강 생태계 복원

11 동대문운동장 이전

12 용산 미군기지 반환지를 서울의 센트럴파크로 조성




이명박 핵심 공약



1 청계천 복원

2 지하철 급행 운행 등 대중교통 혁신

3 믿을 수 있는 수돗물 공급

4 임대주택 10만 가구 조기완공

5 탁아 보육 문제 해결

6 청소년 교육 환경 개선

7 서울을 동아시아 경제 거점 도시로

8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열린 문화 창달

9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는 복지 정책 시행

10 예산 1조원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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