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짧고, 권한은 무르고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2.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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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진상규명위 활동, 9월18일 끝나…유가족들 특별법 개정 추진



"대한민국이 거꾸러져도 안된다.”(기무사 관계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김준곤 상임위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8월21일 오전 10시 김상임위원은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를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김위원은 이 날 녹화사업 자료가 보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관리실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조사는 거부되었다. 기무사 관계자들은 “존안 자료를 확인할 수 없고, 문서 관리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없다”라고 버텼다. 1시간 남짓 대화 내용을 녹음하고 있는데도, 기무사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와도 보여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진상규명위 활동이 마지막까지 난항이다. 한시 기구인 진상규명위는 9월16일이면 활동이 끝난다. 8월19일 현재 전체 83건 가운데 27건만 종결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대략 20여 건이 ‘진상규명 불능’으로 처리되어 영구 미제로 남게 된다. 8월20일 유가족들은 특별법 개정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특별법은 두 차례 개정되었다. 모두 활동 시한을 연장해 시간만 늦추었을 뿐이다. 그래서 진상 규명에 큰 진전은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위원회는 기무사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조사 비협조로 녹화사업 관련 진상은 밝혀낼 수 없었다는 자료집이나 내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 유가족은 이번에는 기한 연장뿐 아니라 조사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관 역시 권한 강화에 공감한다. 김준곤 상임위원은 “현재 특별법은 마치 꽃을 들고 금을 캐라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묻혀 있는 진실의 금광을 캐기에는 연장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한 조사관은 “국가정보원에 공문을 보내 관련자 신상을 요청했다. 8개월 뒤에 이름을 가르쳐주고, 4개월 뒤에 주민등록번호를 가르쳐 주었다”라고 말했다.



참고인들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하거나 입을 다물어 버리면 조사는 벽에 부딪힌다. 진상규명위의 제재 수단은 과태료 부과가 전부이다. 유가족들은 특별검찰부 설치와 처벌 권한을 강화하는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진상규명위가 문을 닫더라도, 유가족들은 법 개정을 통해 다시 문을 열게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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