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인가, 복마전인가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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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회 목회자 불륜·교회돈 유용 의혹…목사직 세습도 ‘눈살’
1990년대 후반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교회가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 교회들이 능력과 도덕성 시비 등으로 내분을 겪고 있어, 기독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교회 영락교회는 이철신 목사의 진퇴 문제를 놓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영락교회의 갈등은 2001년 장로들이 이목사의 설교 능력과 리더십 부족을 들어 불신임하면서 촉발되었다. 신도들도 편을 갈라 서로를 비난하며 자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12건의 고소·고발이 제기되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이목사와 장로들이 동반 퇴진하기로 가닥을 잡으며 내분은 사그라들었다. 이목사를 반대하는 장로들은 지난 11월26일 이목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한 장로는 “장로들이 먼저 교회 분란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철신 목사가 퇴진을 미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광성교회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몸싸움도 더 과격하다. 이성곤 담임목사는 최근 들어 세 번이나 머리카락을 뜯겼다. 이목사를 반대하는 신도들이 복도를 지나가는 이목사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머리카락을 뽑았다고 한다.

신도가 목사 머리카락 뽑는 사건도

광성교회 사태는 지난해 12월 38년간 광성교회를 일군 김창인 목사가 은퇴하면서 불거졌다. 후임 이성곤 담임 목사는 광성교회 출신으로 인근 대양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성곤 목사는 취임하자마자 교회 지출 내역 등을 공개하면서 교회 개혁을 천명했다. 여기에는 경기도 구리시 땅 매입과 부산장신대 후원금 의혹 등 김창인 목사와 관련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목사는 교회 주변의 의혹을 밝히고 외부의 회계 감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자 김목사 주변에서 ‘교회의 평온을 깬다’며 이목사 즉각 퇴진을 주장했다. 이어 이목사가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20년 동안 광성교회를 다닌다는 한 신자는 “신도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다. 교회는 벌집 쑤신 듯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라고 말했다.

영락교회와 광성교회의 내분은 일부 교회 목회자의 부도덕에 비하면 건전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목회자의 부정한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해 말 성결교단의 모교회 격인 중앙성결교회 이 아무개 담임 목사가 불륜 사실이 드러나 파직·출교되었다. 지난 1월에는 스물두 살이나 어린 내연녀 집에 찾아가 난동을 부린 목사가 경찰에 입건되었고, 9월에는 여신도와의 불륜 사실이 드러나자 교회 문을 닫고 교회 재산을 빼돌린 목사도 체포되었다. 인천 장 아무개 목사는 내연녀 집에 있다가 현장을 급습한 남편을 피해 베란다 에어컨에 10여 분간 매달려 있다가 30m 아래로 떨어져 숨진 일이 발생했다. 장목사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 회장과 인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앞에 언급된 다른 목사들도 모두 교계의 원로였다.

공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되어 결국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한 원로 목회자는 또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지낸 금란교회 당회장 김홍도 목사는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백5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목사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부정 선거 자금과 당선 사례금 2억3천7백만원 △미국 유학 중이던 큰 사위의 생활비 2억원 △피고인의 비리를 문제 삼고 있던 곽 아무개 장로를 구속시키기 위한 자금 4억원 △MBC <시사 매거진 2580> 프로그램 방영을 저지하기 위한 비용 1억5천만원 △MBC에 대한 반박·해명 광고비 3억3천여만원 △불륜 관련 1억원 △아들 명의 교회 건축비 8억원 △고소사건 무마비와 합의금 3억원 △부인 명의 별장 건축비 3억원 등 총 31억여 원을 교회 공금으로 지급했다고 적시했다.

금란교회는 전세계에서 네 번째, 감리교 중에서는 제일 큰 교회다. 등록 신도만도 12만명에 이른다. 김목사는 이 교회에서 ‘담임 목사 김홍도 감독’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목사는 자신이 외부의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란교회의 한 관계자는 “1심 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대법원에서 더한 판결이 나더라도 김목사님의 거취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도들이 물러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홍도 목사는 12월14일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같은 교회에서 따로따로 예배 열려

목회자의 부도덕한 행동과 더불어 비판을 받는 것이 교회 세습 문제다. 기독교계의 세습 논란은 1997년 서울 강남의 대형 교회인 충현교회에서 크게 불거졌다. 현 당회장 김성관 목사의 부친인 김창인 목사는 1997년 후임 당회장을 기립 투표로 정했다. 물론 당시 김창인 목사 앞에서 반대를 표한 사람은 없었다. 아들 김성관 목사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 김창인 목사는 교회 규정도 고쳤다. 담임 목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목회 경력 5년 이상, 45세 이하라는 조건을 없앴다.

교회 세습이 집중 비판을 받고 있지만 대형 교회의 세습은 끊이지 않고 있다.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아들에게 자신의 교회를 물려주었다. 김선도 목사는 김홍도 목사의 친형이다. 경향교회 석원태 목사도 장남에게 자리를 넘겼다.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는 아들이 아닌 목사에게 소망교회의 담임 목사 직을 승계시켰다. 하지만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본교회보다 더 큰 지교회를 지어 아들에게 넘겨줌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교회를 세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김준곤 총재는 사위 박성민 목사를 불러들여 대표 직을 승계시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회장을 지낸 지 덕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강남제일교회에서는 예배가 따로따로 열린다. 지목사가 둘째 아들 지병윤 목사를 후계자로 내정하자 이에 항의하는 신자들이 지목사의 예배를 거부하는 것이다. 교인들은 퇴진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지목사는 예배에서 “아들이 아버지 뒤를 이어 목회하는 교회가 수백 개나 된다. 나만 갖고 문제 삼는 것이 억울하다”라고 말했다.

복음과상황포럼을 이끌고 있는 이만열 교수(숙명여대)는 “소망교회와 같은 변칙적인 방법은 물론 아들 목사를 서로 교환하는 등 변형된 세습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세습이 더욱 광범위하고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구교형 목사는 “한국 교회 구조의 특성상 대형 교회를 세습하는 것은 많은 특혜를 갖게 된다. 세습 목사들은 아들에게 고난의 길을 물려주겠다고 말하지만 이는 북한이나 사회주의 체제에서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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