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문화 속의 '한국음식'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10.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화 <식객> 등 인기…대중 문화 주요 소재로 등장
한국에서 음식은 어떻게 조리될까. 조리법 얘기가 아니다. 대중 문화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방식도 곱씹어보자는 것이다.

사실 자극은 외부로부터 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요리 관련 작품을 들라면 첫손에 꼽히는 것이 네덜란드 영화 <바베트의 만찬>과 일본 만화 <맛의 달인>이다. 타이완 영화 <음식 남녀>,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도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한국 작품으로는? 음식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뒤늦은 감이 있다. 영화로는 중국 음식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코믹하게 그려냈던 <북경반점>이 유일하다. 하지만 음식보다는 휴먼 스토리에 치우쳐 새로운 감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이 기미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방송이었다. 토크 쇼나 오락 프로그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을 앞에 놓으면 출연자는 물론 이를 보는 시청자까지 무장 해제된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방송 드라마는 간간이 특집극 형식으로 그 관심에 화답해 왔다. 1996년 송지나씨가 집필한 <곰탕>은 모진 시집살이 속에서 유일한 위안거리였던 음식 만들기, 난봉꾼 남편의 철없는 애인과 조강지처의 자매애 등으로 호평을 받았던 작품. 1996년 뉴욕 페스티벌에서 텔레비전 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지난해 MBC 추석 특집극 <부엌데기>는 다시 한번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을 확인시켜 주었다. 주인공의 인생 역정뿐 아니라 간간이 화면에 잡힌 조리 장면에 시청자의 호응이 높았던 것이다. 드라마 <대장금>은 요리 자체에 쏠리는 이와 같은 관심을 간파하고 회심의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만화도 뒤늦게 동참했다. 허영만씨가 한 일간지에 연재한 만화 <식객>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최근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이 작품은 음식에 대한 기성 세대의 이데올로기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여준다. 잊혀가는 전통 음식에 대한 정보를 일러주면서, 그것을 만들어주던 여성들에 대한 남성의 향수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이 한국 문화 속에서 조리될 때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계몽주의와 복고 취미라는 양념이 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음식보다는 사람 얘기가 될 때가 많다. 한국의 음식 소재 작품들이 <미스터 초밥왕>의 계몽주의를 재탕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