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부 2~3% ''스와핑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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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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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부 2~3% 스와핑 즐겨…관련 웹사이트 100만개 넘어
미국에서 요즘 돈벌이가 가장 잘 되는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섹스 파트너 찾기다.

인터넷 검색 전문 사이트인 구글을 통해 이른바 부부간 섹스 교환을 뜻하는 ‘스와핑’이라는 단어를 쳐보면 관련 웹사이트가 33만개나 있음을 알려준다. 미국에서 이 말보다 더 흔히 쓰이는 ‘스윙잉(swinging)’이라는 단어를 쳐보면 그 수는 1백42만개로 껑충 뛴다. 한마디로 인터넷 곳곳이 섹스와 관련한 기상천외한 상품들로 치장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매치 닷컴(Match.dom)이나 데이트 닷컴(Date.com)처럼 이성 간의 순수한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와 달리 이런 사이트는 흔히 ‘대체 사이트’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어덜트프렌드파인더 닷컴(Adultfriendfinder.com)과 팬타지매치 닷컴(Fantasymatch.com)을 꼽을 수 있다.

유명 섹스 사이트 회원 6백26만명
어덜트프렌드파인더 닷컴에는 지난 10월17일 현재 6백26만명이 무료로 등록해 있다. ‘세계 최대의 섹스 및 부부 교환 섹스인을 위한 사이트’라는 선전 문구답게, 이곳을 접속하면 일단 자극적인 사진과 가입을 유도하는 질문들이 눈길을 끈다. 이 사이트의 ‘빠른 탐색’이라는 항목에는 어떤 대상을 찾고자 하며, 그 대상과는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 연령은 어떤 층이 좋은지 등등 다양한 질문이 나오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무려 20개나 되는 ‘찾는 대상군’이다. 그 중에는 이번에 한국에서 문제가 된 스와핑 항목도 여러 개이다. 이를테면 복수인 부부가 복수인 남자 또는 여자를 찾는 것도 있고, 복수인 부부가 역시 복수인 상대 부부를 찾는 것도 있다. 이런 질문들은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스와핑 관련 사이트에서 공통으로 등장한다.

또 다른 섹스 사이트인 스윙라이프스타일 닷컴(swinglifestyle.com)에 들어가 보자. 이곳 역시 스와핑을 원하는 이는 누구든 공짜로 들어가 상대를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사는 지역의 28∼40세 연령층의 스와핑 부부 대상을 고르자 순식간에 9백2쌍의 인적 사항이 사진과 함께 떠올랐다. 그 중 요염한 자태의 사진을 올린, 결혼한 지 3년6개월 된 트리니티라는 26세의 여성은 33세 남편과 딸 하나를 두고 있는데, 현재 이 웹사이트를 통해 21∼41세 스와핑 부부를 찾고 있었다.

이처럼 웹사이트를 통해 실제로 스와핑에 참여하는 부부의 숫자가 얼마인지 나와 있지는 않지만, 비공식 통계로는 미국인 부부의 2~3%가 스와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스와핑 전문 사이트가 제시한 미국 50개 주의 스와핑 목록을 보면, 무엇보다 그 엄청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50개 주 가운데 목록이 가장 많은 주는 남부 휴양 도시인 플로리다로서 총 23만3천건이 등록되어 있고, 그 뒤를 뉴욕(21만건), 텍사스(18만6천건)가 따르고 있다. 목록 하나하나에 수많은 부부가 등록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미국 전역에서 상당수의 부부가 스와핑을 즐기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1960년대에 중고 ‘물물 교환’ 정도의 뜻으로 쓰이던 스와핑이라는 말이 부부 간의 성 교환으로 변질된 것은, 지하 신문를 통해 섹스 상대를 구하는 광고가 만연하기 시작한 1970년대 초부터라고 보기도 한다. 스와핑 전문 소형 클럽 인기

물론 미국인이 스와핑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은 인터넷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에는 스와핑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클럽이 널려 있다. 1970∼1980년대 뉴욕 시에 있는, 유명한 스와핑 전용 장소인 플라토라는 곳은 한꺼번에 5백명이 모여 스와핑을 비롯해 각종 섹스를 즐길 수 있는 편의 시설을 제공했지만 오늘날 이런 시설은 거의 없다. 대신 요즘은 비용이 싸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형 클럽이 인기다. 한 예로 수도 워싱턴 일대에서 30여 년째 스와핑 파티를 주최해 온 스타즈의 경우 파티 때마다 50~100쌍이 참여하는데 25∼45세가 주류를 이룬다. 파티에 참여하려면 부부의 경우 연회비 45 달러를 내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에서는 스와핑이 단순히 서로 다른 부부 간의 섹스 교환을 가리키지만 미국에서는 의미가 좀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스와핑 대신 스윙잉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또 미국에서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스윙잉이라고 할 때 보통은 3인 또는 그 이상의 부부가 만나 섹스를 교환하는 것을 의미했으며, 그 대상은 상대측 부인이었다. 즉 스윙잉은 결혼한 남자들을 위한 ‘행사’였던 셈이다.

그러나 1990년 이후 상황이 바뀌어 이제는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도 상대 남자를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시대로 바뀌었다. 실제로 요즘 스와핑 관련 웹사이트에는 부부 가운데 남성이 아닌 여성이 등장해 자기가 원하는 타입을 찾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에 한국에서는 주로 전문직 종사자 부부들이 스와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최근 스와핑 전문 사이트인 스타즈사이트에 따르면, 워싱턴과 가까운 버지니아·메릴랜드에 산재한 스와핑 부부의 경우 대다수가 중상류층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에 비해 스와핑 부부가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미국의 경우, 전국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비전문직 부부들이 훨씬 더 많이 스와핑을 즐긴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미국에서 스와핑에 참여하는 부부들은 스와핑을 하나의 ‘재미’로 간주할 뿐이지 행여나 상대에 대해 재미 이상의 감정을 품거나 다른 파트너를 찾기 위한 구실로 삼지 않는다. 때문에 이들이 스와핑에 참여한다 해서 가정이 파탄 나거나 부부 금실이 깨지는 경우란 거의 없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스와핑을 처벌할 마땅한 규정이 없다. 얼마 전 뉴햄프셔 주 살렘이라는 마을의 지역 스와핑 웹사이트에 ‘The Love Shack’라는 이름으로 스와핑 커플을 찾는 광고가 났는데, 모임 장소가 각지에서 찾아온 스와핑 부부들로 북적거리자 동네 사람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막상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스와핑도 그들에게는 하나의 삶인데 딱히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동네 주민의 항의가 이어지자 경찰은 “차량이 한 곳에 28대나 주차해 동네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준 것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겠다”라며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특히 간통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설령 스와핑 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하더라도 해당 부부가 100% 동의해 참여했다면 처벌할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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