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비타민의 효능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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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은 정말 몸에 좋은 것인가. 비타민에 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만큼 오해와 편견도 적지 않다. 비타민의 ‘육성 고백’으로 그 진실을 알아보자.
내이름은 비타민C, 올해 나이 일흔다섯이다. 1928년 헝가리 출신 과학자 쉔트 지오르기 박사가 소의 부신(副腎)과 오렌지·양배추 등에서 나를 추출한 이후, 나는 가루나 당의정(糖衣鉦), 또는 캡슐 형태로 사람 몸 속에 들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헌을 했다. 나의 형제인 비타민 A·B·D·E…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이 인체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열거하자면 정말이지, 끝이 없다.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녹황색 야채를 섭취하기가 어렵게 되자 나를 통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런데 나와 내 형제들을 제대로 알고 섭취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장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타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심하고, 비타민의 기능과 효과를 알리는 논문 대부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끔 조작된 정보까지 눈에 띈다.

‘비타민에 대해 더 할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왔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나에 관한 ‘오해와 진실’ 몇 가지를 들려드릴까 한다.

비타민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우선 나와 내 형제들의 성질부터 알아야 한다. 비타민은 널리 알려진 대로 지용성과 수용성으로 나뉜다. 지용성은 지방이나 지방을 녹이는 유기 용매에 녹는 비타민으로 A·D·E·K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 지용성은 수용성에 비해 열에 강하며, 식품 조리 과정에서도 덜 손상된다. 그러나 장 속에서 지방과 함께 흡수되기 때문에, 지방 흡수율이 떨어지면 지용성 비타민 흡수율도 자연히 떨어진다. 문제는 흡수되지 않은 비타민이 몸 안에 남아 오히려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비타민 C 하루 70mg 이상 먹어야

수용성 비타민은 지용성과 반대다. 물에 잘 녹고, 흡수되지 않은 것들은 소변을 따라 배출된다. 비타민 B 복합체, 비타민 C, 비오틴·엽산·콜린·이노시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지용성이든 수용성이든 우리 비타민들의 역할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한마디로 압축할 수도 있다. ‘인체의 윤활유’.
비타민 이야기 가운데 가장 흥미 있는 것은 누가 뭐래도 논쟁이다. 꽤 유명한 논쟁 가운데 하나가 ‘천연 비타민이 좋으냐, 합성 비타민이 좋으냐’이다. 요즘 시중에서는 ‘천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합성 비타민보다 네댓 배나 비싼 값에 팔리는 제품(특히 외국 제품)이 적지 않다. 과연 그 제품들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내가 감히 말하건대, 그것은 ‘말장난’일 뿐이다. 소량의 천연 원료에 실험실에서 합성한 아스코르빈산(비타민C)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천연 비타민과 합성 비타민은 같은 물질이며, 당신들의 몸속에서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 말은 내 개인적인 주장이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전문가가 연구한 결과이다.

우리를 얼마나 섭취해야 더 좋은지도 끊임없는 논란거리다. 2000년에 발표된 ‘한국인 영양 권장량 제7차 개정’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에 비타민 A를 700.I.U.(㎍), C를 70㎎, D를 5∼10㎍, E를 10α-TE(1㎎), B1·B2를 1.0∼1.5㎎ 섭취해야 (영양) 결핍증을 겪지 않는다. 문제는 일부 전문가들이 사람들에게 나와 내 몇몇 형제를 ‘권장량보다 더 먹어야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나, 비타민 C는, 더욱 그렇다.

2000년 미국국립위생연구소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몇 달 동안 피시험자들에게 나를 200㎎씩 섭취시킨 결과, 혈중 비타민 C 농도가 급격히 올라갔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는 내가 인체 안에 들어가 무척 이롭게 작용했다는 뜻이다. 더 많은 양이면 더 나은 효과를 발휘할까 싶어 나를 더 투여했지만, 효과는 비슷했다. 연구원들이 인체에 가장 이로운 비타민 C의 양을 200㎎이라고 언급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수많은 다른 실험에서도 나를 더 많이 섭취하면 할수록 몸에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만성질병 위험 감소, 호흡 작용 개선, 치아 건강, 백내장 예방, 심장혈관 질환 위험 감소, 암 예방 따위가 나를 더 섭취할 때 나타난 효과들이다. 흡연자들은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유가 있다. 내가 담배 연기와 반응하면 산화제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3년 전에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비흡연자가 60㎎을 섭취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흡연자는 적어도 150㎎을 섭취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나를 얼마쯤 섭취해야 이상적일까. 한국영양학회는 70㎎을 권장량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그 숫자는 어디까지나 권장량일 뿐이다. 이왕재 교수(48·서울의대 해부학교실)는 그보다 훨씬 더 먹어야 이롭다고 주장한다. 그는 15년째 매일 나를 권장량의 90배에 가까운 6g(1g=1000㎎)씩 섭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52쪽 딸린 기사 참조).
백남선 박사(56·원자력병원 외과과장)도 25년간 하루도 안 빠지고 나를 1g씩, 비타민 A·E와 함께 섭취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감기 한번 안 걸렸다. 지금도 몸과 마음이 40대 못지 않다”라고 말했다. 서울 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도 ‘비타민광’이다. 하루에 비타민 C 2g, 비타민 B 복합체 1정(800I.U.), 중금속 제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크로렐라 15개를 섭취한다. 그 덕에 그는 언제나 건강에 자신있다고 말한다.

많이 먹어서 좋은 비타민은 나뿐만이 아니다. 비타민 E도 비슷하다. 1998년에 발표된 미국의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비타민 E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 마비 위험이 40%나 적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심장 마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비타민 E를 꾸준히 섭취하자, 두 번째 심근경색 위험이 무려 77%나 감소했다. 최근에 드러난 또 다른 비타민 E의 효과는 동맥경화 예방과 알츠하이머(치매) 예방·치료이다. 일부 연구자는 비타민 E를 많이 섭취하면 구강암과 폐암 발생률이 준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타민 E의 양(18㎎ 이하)만으로도, 앞에서 열거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더 안 먹을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비타민 E는 상당히 안전한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권장량의 50배 이상을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하다. 그러나 2주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 수술 뒤 회복되고 있는 환자, 항혈액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 비타민 K 결핍증 환자, 유전성 안구 질환인 색소성 망막염 환자는 대량 복용을 금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타민 C가 동맥경화 유발”은 낭설

생선의 간유·기름진 생선에 함유된 비타민 A는 부족해도 곤란하지만, 지나쳐도 나쁘다.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본 결과, 비타민 A를 과다 섭취하면 피로감·두통·구역질·설사·다갈증·식욕 부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또 장기 후유증으로 뼈의 변화와 간경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런 위험이 나타나려면 성인이 1일 권장량의 약 2백20배인 15000㎍을 섭취해야 한다. 비타민 A는 흡연자가 과잉 섭취하면 폐암 발생률을 더 높인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비타민 E도 1일 권장량의 80∼120배(800∼2000α-TE)를 섭취하면 비타민 K 흡수를 방해해서, 혈소판 응집이 감소하거나 수술 뒤 과출혈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아스피린과 함께 먹어서도 곤란하다. 둘 다 혈액을 묽게 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C가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주장도 논쟁거리이다. 이런 주장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 J.드와이어 교수였다. 그는 초음파를 통해서 경동맥의 벽 두께를 측정한 뒤, 나를 복용하면 이 벽의 두께가 2.5배 두꺼워진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곧 비타민 C를 섭취하면 동맥경화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곧바로 잘못된 것으로 밝혀졌다. 동맥벽이 두꺼워진 것은 혈관 벽의 가운데 층(탄성 조직으로 이루어진 층)이 두꺼워진 것이므로, 오히려 심혈관계가 튼튼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주장을 한 사람은 영국의 내과 의사 A. 카레이 박사였다. 그는 비타민 C를 많이, 오래 복용하면 혈관 벽의 탄력 조직층이 두꺼워져 동백경화와 정반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2000년 말에 그의 주장과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폴링 연구소와 보스턴 의대 연구원들이 임상의학 잡지 <란셋>에 ‘비타민 C를 하루 0.5g 이상 섭취하면 혈관에 도움이 되고, 고혈압을 낮춘다’고 발표한 것이다.

2001년 <사이언스>에 실린 한 논문도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 내용은 이랬다. ‘과산화 지질(산패한 지방 분자)은 비타민 C와 반응해, DNA를 손상시킬 잠재력을 지닌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쉽게 해석하면 비타민 C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나의 몇 가지 화학적 성질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시험관 안에서 진행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시험관 안에서 일어난 반응은 유기체 안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세포와 인체의 생리학적 환경이 수천 가지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 이 물질들이 나와 과산화지질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그 실험에서 확인한 것은 비타민 C가 시험관 안에서 어떻게 화학적으로 작용하느냐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밖에 없다고 폄하했다.

WHO “다섯 가지 과일 하루 다섯 번 먹으면 비타민 보충”

만약 <사이언스>에 실린 내용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알약 형태로 된 나는 물론, 나를 함유한 모든 채소와 과일은 먹어서는 안된다.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닌가. 문제는 당시 한국 언론의 태도였다. 일부 신문과 방송은 그 논문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비타민 C가 암 유발할 수도’ ‘비타민 C 과잉 복용 땐 유전자 손상될 수도’라고 보도했다. 이후 시중에서 어떤 혼란이 일어났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나와 내 형제들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과일·생선·열매 같은 천연 식품을 먹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섯 가지 과일·야채를 하루 다섯 번 이상 먹으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것은 대다수 현대인에게 꿈 같은 일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나를 천연 식품으로 100㎎쯤 섭취한다고 치자. 그럴 경우 그는 하루에 김치 다섯 접시, 감자 작은 것 4개, 귤 3개 이상을 먹어야 한다.

비타민 제재는 이럴 때 필요한 ‘도우미’이다. 현재 한국에는 비타민 C나 E만 들어 있는 단일 제제, 비타민 B·C가 함께 들어 있는 복합제, 그리고 여러 비타민을 합친 복합 비타민제 등 100여 가지 비타민제가 있다. 그들은 2002년 한국의 의약품 시장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잘 팔렸다. 그 가운데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타민제는 비타민C(28.5%)였다. 최근 비타민제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제품은 은행잎이나 인삼 같은 미네랄 제제를 섞은 복합제이다.
하지만 약국에서 팔리는 비타민들이 나와 내 형제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들은 ‘비타민 제제가 플라시보 효과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폄하한다. 지금으로서는 그들의 지적이 틀렸다고 장담할 수 없다. 우리들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연구와 실험을 통해 그 답을 찾아내 주기를 바란다.

도움말:백남선 박사(원자력병원 외과 과장)·이상선 교수(한양대·식품영양학)·이왕재 교수(서울의대 해부학교실)·이승남 원장(베스트클리닉)·최중국 교수(충북대 종양 연구소)·윤연정 실장(한국비타민정보센터)·강문희 과장(약사·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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