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빚더미에 깔리나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12.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법 대선 자금·안기부 예산 전용 등 ‘추징금 태풍’ 직면…“돈 때문에 분열할 수도”
한나라당은 정치적으로만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다. ‘돈’과 관련해서도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그동안 정가에서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깨지지 않은 한 이유를 당사나 천안연수원 등 규모가 큰 ‘돈’이 있다는 데서 찾는 시각이 있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의 재정 위기가 내부 균열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는 12월9일 한나라당이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 자금에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과세 촉구서’를 국세청에 접수시켰다. ‘한나라당이 받은 불법 정치 자금은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에 근거해 증여세가 면제되는 합법적인 정치 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12월15일 현재 한나라당이 대기업들로부터 받았다고 밝혀진 불법 자금은 삼성 1백52억원, SK 100억원 등 모두 5백2억원이다. 증여액이 30억원 이상인 경우 절반을 증여세로 내야 하고, 증여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납세하지 않으면 30% 가산세가 붙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2백6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이 한나라당에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법원이 관련 서류를 국세청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국세청은 1997년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한 김현철씨에 대해 추징금 5억원을 과세한 전례가 있다.

한나라당은 ‘안기부 예산 불법 전용 사건’과 관련해서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한나라당이 안기부 예산 1천1백97억원을 불법으로 인출해 1996년 총선에 사용했다며, 국가가 한나라당과 강삼재 의원 등을 상대로 9백40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법원이 이 사건 관련자인 강의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민사 재판에서도 한나라당은 연대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당사·연수원 매각도 뜻대로 안돼

한나라당은 또한 1997년에 신축한 서울 여의도 당사 건축비도 아직 갚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나라당은 사무처 직원들의 밀린 퇴직금, 지난 대선 때 진 빚 등 현재 2백여억원 빚을 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사와 천안연수원을 팔려고 애써왔다. 1997년 지하 6층, 지상 10층으로 신축한 당사는 한 달 운영비만 8천만원, 1995년 민자당 시절에 세운 천안연수원(대지 12만평에 연건평 1만4천5백평)은 월 3천여만원이 든다. 법적으로 정당은 수익 사업을 할 수 없어 한나라당 당사는 사무실이 여유가 있지만 임대를 할 수도 없다.

1998년부터 매각을 추진해 온 천안연수원은 지난 10월 이곳에 세계태권도대학을 설립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계약이 성사되는 듯해 관계자들을 들뜨게 했으나 막판에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연수원 평가액은 5백억원이지만, 워낙 임자가 없다 보니 4백억원대에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도 4백억원대에 달한다. 최근 한나라당이 불법 대선 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뒤 당내에서는 당사를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액수가 크기 때문인지 선뜻 매입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사나 연수원을 팔아 한나라당이 지고 있는 빚이나 예상되는 추징금을 갚는다면 한나라당의 재정 상태는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의석을 몇 석 얻느냐에 따라 현재 분기 별로 30억원씩 들어오는 국고 보조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래저래 한나라당에는 춥기만 한 겨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