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명 한의대의 탈선
  • ()
  • 승인 1999.06.1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유명 한의대, 엉터리 건강 보조 식품에 연관돼 물의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건강 보조 식품이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강 보조 식품은 한약재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한약재 유통의 복마전 구조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건강 식품 붐이 일면서 일부 유명 한의대학이 국민을 기만하고 현혹하는 사기 상술에 버젓이 이름을 걸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의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히는 경희대학교마저 그런 사기 상술에 관련되어 있다. 경희대 한의학과학기술연구원측은 지난해 초 십전대보탕의 일종인 `‘대중보탕’과 `‘가시오가피’라는 건강 보조 식품 두 종류를 산학협력 개발품으로 시중에 내놓았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두 곳과 손잡고 제품이 생산되었지만, 대중보탕은 곧바로 업자의 허위 과장 광고와 사기 상술이 사회적 말썽을 일으키면서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최근 <시사저널>이 추적한 결과 경희대가 산학협력개발품으로 내놓은 또 다른 건강 보조식품 `‘가시오가피’도 국민을 기만·현혹하는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품은 (주)진생코리아가 제조해 판매하는 식품으로, 제품 포장에 경희대학교 배지와 명칭을 인쇄했다. 한걸음 나아가 제조회사는 일간지 광고를 통해 경희대학으로부터 국산 오가피 원료를 공급받아 만든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희대측은 오가피 원료 생산은 3년 후에나 이루어질 것이며, 현재 그 제품은 중국산을 수입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허위 과장 광고임을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협력업체인 진생코리아측은 지금도 전국 각지에 다단계 판매망까지 동원해 경희대 한방병원이 만든 제품이라고 국민을 현혹하는가 하면, 경희대를 살리기 위해 사 달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 국내 유수의 한의대학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 제품은 경희대 한의대의 명성에 값하기라도 하듯 시중에서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 이 일에 책임이 있는 경희대 한의학기술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한의학 발전에 돈을 지원받기 위해 협력했지만 이런 식으로 학교 이미지를 계속 손상시킨다면 계약을 해지토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왜곡된 한약재 및 건강 보조 식품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데 힘써야 할 국내 유수 한의대학들마저 사기 상술에 말려드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한약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기는 요원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