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 갈림길에 서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1997.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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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10돌 국립공원관리공단, ‘개발 시대’ 맞아 비중 커져… 예산·기구 독립 등 넘어야 할 산 첩첩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공단) 직원들은 자기들 신세를 ‘동네북’에 비유한다. 보존론자나 개발론자나 공단을 비판하는 데는 한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비판은 ‘공단이 돈만 밝힌다’는 것이다. 공단이 입장료나 주차료 징수를 우선하고 다른 공원 관리 업무는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기 기획이사는 공단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의 65%를 입장료·주차료 등으로 충당하게 되어 있는 현행 구조에서는 공원 현장 수입에 ‘초연’해질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공단이 개발 뒤치다꺼리에만 매달린 채 근본적인 조사·연구 업무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95년 공단이 발표한 앞으로 10년간 ‘국립공원 자연생태계 보전종합계획’을 보면 쓰레기 처리 부문에 2백15억여 원이 책정된 데 반해 자연자원 조사 부문에는 27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전국 58개소 훼손지 복구에 20억원을 쏟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조사·연구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김성기 이사는, 청소에 1년 예산의 10% 가량을 쓰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인 일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우리 현실인 만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국적인 현실’은 왜 발생하는가. 김 남 이사장은 공단의 지위와 기능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데서 그 이유를 찾았다. 공원 관리인에게 사법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김이사장은 미국·캐나다의 ‘레인저’와 같은 제도가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산과 기구 독립은 필수적이다. 운영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도록 공원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국고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 공단측 주장이다. 대신 공원 현장의 모든 수입을 국가 세입으로 한다는 것이다.

공단을 문화재관리국 같은 외국(外局) 또는 공원청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공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같은 주장이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들어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이 국립 공원 관리를 넘겨 달라고 잇달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 공원은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정책 전환에 따라 공단이 설립되기 전까지 국립 공원을 20여 년간 관리한 것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였다.

내무부, 생태계 보존 제안에 ‘나몰라라’

이에 대한 조정 권한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공단의 주무 부처가 건설부에서 내무부로 바뀐 것이 91년이건만 아직껏 내무부와 공단 간의 효율적인 연계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공단 안에서도 국립 공원 탐방객에 대한 편의 제공 수준을 어디로 잡을 것인가를 두고 시각 차가 팽팽하다. 건설부 산하로 출발한 만큼 부장·과장급 간부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건설 공무원 출신이라는 것 또한 약점이다.

그러나 공단이 앞서의 95년 계획서에서 생태계 보존을 위한 청사진, 이를테면 공원 내 대규모 위락 시설 규제나 자연 보존 지구 재조정 등을 나름대로 제안했음에도 내무부가 아직껏 이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 체제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시사한다. ‘주민 행정 서비스’와 ‘생태계 보존’을 각각 첫번째 설립 목표로 삼고 있는 내무부와 공단을 수직 체제로 결합한 것 자체가 애초부터 모순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환경 단체들은 국립 공원 업무가 내무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어야 한다고 이전부터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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