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실업자 대기소인가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8.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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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자 실업률 급격히 높아져… 5~10년 지나야 취업난 해결
올해 대학 문을 나서는 사람은 19만명. 이들은 대부분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인해 신규 사원 공채가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도 않다. 김대중 대통령은 1년반 정도면 IMF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이 말을 믿는 기업인은 한 사람도 없다. 짧게 보는 사람은 5년, 그렇지 않으면 10년은 지나야 지난해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기업인들의 평가이다.

저학력 일자리 빼앗아… 학력 상향화 뚜렷

게다가 최근 기업들은 채용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해마다 수백∼수천 명씩 공개 채용하던 제도를 없애고,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자격 요건에 반드시 붙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몇 년간 일한 경력자여야 한다는 것. 과거처럼 사회 초년병을 뽑아 자기 회사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당장 데려다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것이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이 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얘기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얼굴도 내밀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졸자들의 취업난은 통계청 통계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5월 현재 평균 실업률은 6.9%였다. 그러나 대졸자들이 집중해 있는 20∼29세 실업률은 11.0%였다. 평균치의 2배에 가깝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나 뛰었다.

대졸 취업난이 심각해진 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학력 상향화’추세이다. 고졸자면 충분한 일에 대졸자들이 몰려들어, 고졸 이하 저학력·무기능자들의 일자리까지 빼앗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인수 박사는 “대졸자보다 고졸 이하 저학력자들의 실업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졸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취직할 수 있지만, 이들에게 밀린 저학력층은 장기 실업자로 전락할 공산이 크고, 이것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졸자 취업난은 대학 진학률 급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90년대 중반 이후 중·고교 진학률은 99%를 넘고, 대학 진학률도 80%를 넘어섰다. 그런데 전체 일자리 가운데 대졸자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50%도 안된다.

한때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상아탑은 이제 거대한 ‘실업자 대기소’로 전락했다. 그 피해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현장감 있는 취업 교육을 하는 수밖에 없다. 취업 준비생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분명히 정하고, 방학 때 현장 실습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실업자 대기소로 남는 것보다는 좋은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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