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일본, 설설 기는 한국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4.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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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이후 A매치 대결 수준·결과 천양지차…격차 더 벌어질 듯
4월28일. 한국은 세계 랭킹 23위 파라과이를 인천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가졌다. 경기 이틀 전, 2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2진 선수들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파라과이와 0-0으로 비겼다.

4월28일, 일본(26위)도 경기를 했다. 상대는 랭킹 9위 체코. 20게임 무패 행진을 달리던 체코는 2004유럽선수권 우승을 노릴 만큼 강팀이었다. 더구나 네드베드(유벤투스), 콜러·로시츠키(도르트문트), 포보르스키(스파르타 프라하) 등 주전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일본은 나카타·나카무라·다카하라 등 해외파 주력 선수들을 빼고 월드컵 이후 수혈한 국내파 위주로 경기를 했다. 일본은 적진 프라하에서 체코를 1-0으로 눌렀다.

이 날 경기는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월드컵 이후 한국 대표팀은 A매치에서 9승4무7패, 일본 대표팀은 11승6무7패를 기록했다. 겉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02월드컵 이후 양국 대표팀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차이는 극명해진다.

일본은 기린컵·컨페더레이션스컵·동아시아대회 등 국제 대회에 잇달아 참가하며 세계 축구 흐름을 익혔다. 일본은 해외 원정을 계속 떠나고 있다. 2003년 10월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경기를 했다. 2004년 4월에 이어 6월에도 유럽 원정에 나선다. 6월 잉글랜드, 7월 유고·아르헨티나, 12월에는 독일 등 강팀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대회에만 참가했다. 그동안 꺾은 나라는 네팔·베트남·오만·홍콩·중국·일본·레바논이 전부다. 유럽과 중남미 강호에게서 따낸 승리는 한 번도 없다.
두 팀은 나란히 7패를 기록했다. 패한 내용은 질적으로 다르다. 일본은 아르헨티나(두 번)·프랑스·헝가리·콜롬비아·세네갈·한국에 졌다. 프랑스와 헝가리전은 원정 경기였다.

한국은 베트남·오만을 비롯해 일본·불가리아·우루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에 졌다. 베트남과 오만전만이 아시안컵 2차 예선을 위한 원정 경기였고, 나머지는 안방 패배였다. 안방에서 진 다섯 번 가운데 네 번이 영패였다. 강팀과의 A매치를 위해 원정길에 나선 경험이 아예 없다. 원정 계획도 없다.

재일동포 축구 전문 프리랜서 신무광씨는 “일본은 내년 A매치를 다 짜두었을 정도로 가장 먼저 대표팀 일정을 짜는 나라다. 세계 축구 캘린더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6월 초 터키 대표팀과 두 차례 A매치를 치른다. 세계 랭킹 8위인 터키는 2002월드컵 3위를 차지하며 한국 축구팬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여기에 혈맹 국가라는 동지애까지. 홍보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유로2004 본선 진출이 좌절된 터키 선수들이 보여줄 것은 별로 없다. 하칸·슈퀴르 등 간판 선수들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계약 때문에 온다 해도 열심히 뛰지 않을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 대표팀은 6월 영국에서 잉글랜드와 격돌한다. 이 경기는 유로2004 우승을 위한 잉글랜드의 마지막 담금질이다. 어떤 게임이 더 보약이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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