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다
  • 이경재 (서울시립대 교수·환경생태학) ()
  • 승인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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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 태부족·생태계 파괴돼 안정된 삶 불가능… 도시림 확보 시급
한국인의 40% 남짓이 수도권 지역에 몰려 산다. 본래 고등 척추 동물은 한 지역에서 개체 수가 증가해 밀도가 높아지면 부신(副腎)이 팽창하고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번식 능력이 떨어진다. 질병 발생률도 높아져 개체군 밀도도 무너진다. 한 예로 아프리카 초원 지역에 가뭄이 지속되어 녹지가 전체 면적의 30% 미만이 되면 코끼리 가족의 행동이 이상해진다. 어미 코끼리가 어린 코끼리를 물어 죽이기까지 하여 코끼리 사회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녹지가 도시 전체 면적의 30% 이상 되어야만 각종 범죄 발생률이 높지 않고 안정된 사회를 이룰 수가 있다고 한다. 도시 지역을 생태적인 자급 도시로 가꾸려면 최소한 호흡할 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도시림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 인구는 1천1백만이다. 산림 1㏊는 45명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배출하므로 서울에는 총 2천440㎢의 녹지가 필요한데, 이는 서울 면적 605㎢의 4배에 해당된다. 이런 생태적 수용 능력보다는 고등 척추 동물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녹지율 30%를 한계 용량으로 생각해야 한다.

서울 도심부에 녹지는 5%뿐

서울의 산림 면적은 전체의 26.8%여서 최소한 녹지 면적 비율 30%에 미달된다. 게다가 서울의 도시림은 분포 지역이 편중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즉 서울 도시림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북한산·불암산·아차산·대모산·관악산이 모두 외곽에 있고, 정작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도심부에는 도시림 면적이 매우 적다.

서울 시청을 중심으로 반지름 5㎞ 내에는 5%만이 녹지일 뿐, 95%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 있다. 도심부가 이런 인공 물질로 덮여 있으면 식물이 호흡·증산 작용을 상실해 도심 열섬 현상을 일으켜 결국 대기 오염 물질의 정체 현상이 항상 발생한다. 또한 비가 내려도 토양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표면을 흘러 한강으로 곧장 유입되므로 서울의 지하수위가 낮아져 대부분의 하천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는 한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물은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근원이다. 도시에 물이 흐르지 않게 되자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 전체에 영향을 미쳐 기형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즉 서울 지역 산림에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 중 동물과 미생물이 거의 사라지고 일부 식물만이 녹색 말뚝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 외곽에 주로 존재하는 도시림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동물들의 서식에 필요한 대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급증하는 자동차 수로 말미암아 도로 건설이 서울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그 결과 대부분 산을 허물고 도로를 내고 있어 생태계 붕괴가 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외곽 순환도로는 북한산·불암산 허리를 허무는 공사로 그나마 서울의 자연을 상징하던 이산들도 초토화하고 있다.

서울에 남아 있는 숲은 거의 모두가 경사진 지역이라 이런 종류의 생태계 파괴가 많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정도는 해마다 더하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동 계곡 중 우이산장에서 백운산장에 이르는 등산로는 토양 침식이 매우 심하여 토양층이 깊이 50~70㎝ 씻겨 내려가고 바위만 남아 금년부터는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면서 복구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인력과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복구될지 불투명하다.

60년대 이후 산업 발전에 따라 부산물로 배출된 대기 오염 물질과 산성비도 수도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예로 관악산 삼막사 지역 계곡을 살펴보자.

71년 이 지역 숲 구조를 조사한 논문을 참고로 필자와 연구팀은 93년 그곳을 다시 조사했다. 소나무와 신갈나무가 주요 구성수목인 조사구 1천㎡ 안에 71년에는 소나무 8백86주, 신갈나무 5백30주가 있었는데 93년에는 각기 50주, 1백75주로 줄었다. 반면에 키가 작고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나무인 진달래는 71년 27주, 93년 1백37주, 철쭉은 71년에 47주, 93년 1백32주, 국수나무는 71년 10주, 93년 1백56주로 늘었다. 관악산 삼막사 지역 숲의 구조는 키가 큰 소나무와 신갈나무의 개체 수가 5~20% 수준으로 줄어들고 키가 작은 진달래·철쭉·국수나무는 3백~1천5백% 수준으로 늘어났다.

산림 생태계는 세월이 흐를수록 안정된 상태로 변하는데 이를 생태적 천이(生態的 遷移)라고 부른다. 93년 삼막사 지역의 생태적 천이 상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온대 중부지방은 물푸레나무·까치박달나무·층층나무가 거의 멸종되어 더 이상 생태적 천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식물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 오염 물질과 산성비가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산림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생태적 천이의 쇠퇴 현상은 창덕궁 후원과 남산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지역, 즉 부천 성주산, 인천 청량산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시급한 대안을 네 가지로 압축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도권 지역의 녹지 체계를 확립하고, 각 도시마다 녹지 확보율을 30%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녹지 체계는 도심에서 외곽으로 녹지가 연결되고 그 너비를 1㎞ 이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건물을 헐어 녹지를 조성할 수는 없으므로 옥상을 녹화하고, 가로수를 철저히 관리하며, 주차장에는 아스팔트 대신 풀 종류를 심어야 한다.

둘째, 수도권 지역의 대기 오염 물질 총량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생활 자체가 환경 친화적이 되도록 생활 유형을 바꾸어야 한다. 한편 산성화한 토양을 개량하기 위하여 칼슘이나 마그네슘 성분이 든 고형 비료를 살포해야 한다.

셋째, 도시 녹지는 보전과 이용 지역을 철저히 구분하여 관리해야 한다. 보전 지역은 이용을 완전히 차단하고, 이용 지역은 시민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주제 공원, 즉 식물공원·야생조류공원·자연생태공원·놀이공원과 같은 특색을 가진 공원을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넷째, 도시 녹지에 관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녹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전문 연구소를 세워 수도권 도시 녹지의 자연·이용·관리 상태를 종합 점검하고 진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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