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법·치료제 개발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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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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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연구팀, 뇌졸중 치료제·치료법 잇달아 개발…임상 실험 결과 ‘우수’
의학이 발달하면서 뇌졸중을 치료할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실용화한 치료제로는 뇌출혈 위험이 높은 혈전용해제밖에 없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일본이나 미국의 뇌졸중 연구팀들이 임상 실험에 성공한 치료제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렉싱턴에 있는 인터뉴런 제약회사는 지난해 6월 시티콜린이라는 뇌졸중 치료제를 개발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에게 24시간 안에 시티콜린을 투여하면 치명적인 뇌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오리건 대학 뇌졸중센터 웨인 클라크 박사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환자들에게 시티콜린 5백mg을 투여했는데 투약한 환자의 과반수 이상이 완전히 회복하는 개가를 올렸다. 미국 뇌졸중학회 카렌 퍼트니 부회장은, 시티콜린 개발이 뇌졸중 치료에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초에는 일본에서 낭보가 날아왔다. 니혼 대학 이타바시병원 하야시 교수팀이 ‘뇌저체온(腦低體溫)’ 방법이라는 뇌졸중 치료법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온과 뇌의 온도를 섭씨 32~34도까지 낮춰 치료한 뒤 뇌기능 촉진제를 투여해 병세가 심각한 환자 75명 가운데 56명을 살려냈다. 뇌출혈로 인해 식물 인간이 된 환자 5명에게 뇌저체온 치료법을 시술하고 뇌기능 촉진제를 투여했더니 1년 안에 의식을 회복하기도 했다.

국내 연구팀들도 새로운 뇌졸중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중앙병원 혈관외과 김건언 교수팀은 지난해 8월 뇌경색으로 걷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환자의 막힌 뇌혈관을 잘라내고 허벅지 정맥을 떼어 이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경 장애가 깨끗이 사라졌다. 강남삼성의료원 혈관외과 이병붕 박사팀은 뇌 속으로 피가 들어가는 통로인 경동맥이 좁아져 뇌졸중이 생겼거나 뇌졸중 증세가 있는 환자 50여 명에게 경동맥을 넓히는 수술을 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생명공학연구소는 외과 수술이 아니라 뇌졸중 치료제를 개발할 길을 열었다. 생명공학연구소 유익동 박사팀이 지난해 초 뇌혈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신경세포 보호 물질을 발견한 것이다. 이 연구는 뇌세포 단계에서 나온 효과이기 때문에 개발까지 이어질지는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알 수 있다.

유박사 연구팀은 ‘과학기술처 G-7 과제’ 가운데 하나로 미생물 2만여 가지를 살피다가 땅속 세균인 토양방선균에서 신경 세포를 죽이는 독성 물질 기능을 억제하는 네 가지 신물질을 발견하고, 각각 벤자스타틴 A·B·C·D로 이름 붙였다. 이 물질들은 뇌세포를 죽이는 신경 전달 물질인 글루타메이트의 독성을 없애는 기능이 뛰어났다.

국내 기업으로는 LG화학이 미국 TBC와 제휴해 뇌졸중을 비롯한 각종 혈관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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