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
  • 신광영(한림대 교수·사회학) ()
  • 승인 1997.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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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외국 이론을 경전처럼 받드는가
<한국 사회과학의 새로운 모색>은 매우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은 저자(성공회대 교수·사회학)가 밝힌 것처럼 자신의 지적 이력을 반추하면서 80년대와 90년대 한국 사회과학 연구를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한국적 맥락을 고려한 사회과학을 모색하기 위한 지적 반성을 꾀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한국 근대사·변혁운동론·학술운동론·진보 이론 등과 관련된 80년대 논쟁에 대한 견해뿐만 아니라 당시 논쟁의 핵심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과거를 잃어버린’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 매우 ‘중요한 과거’를 알게 해 준다.

80년대 변혁운동 논쟁에 대한 반성

이 책이 한국의 사회과학도들에게 제기하는 문제는 매우 ‘도발적’이다. 저자는 사회과학 연구가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외국의 이론들이 한국적 현실에 덧씌워짐으로써 한국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에 사회과학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외국 이론들의 영향으로 흡사 유행처럼 변화하는 ‘전체’ 사회과학계의 풍토를 비판하면서 이러한 견해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풍부한 역사 경험을 자료로 가지고 있는 한국 학계가 한국을 이해하는 데 외국 이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풍토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가? 이론의 생산지가 되지 못하고 항상 이론의 소비자로 머물러 있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은 사회과학계의 제도와 문화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막는 교육 현실과 학계 풍토가 그것이다. 아직도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풍토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과학의 존재 의미를 모색하면서 실천성을 내세웠다. 실천적 관심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으로서의 사회과학과 ‘사회과학도’로서의 실천적 참여이다.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실천적 참여는 사회와 사회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사회과학도의 실천적 참여는 과학과 참여라는 긴장 속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긴장이 사라질 때, 참여는 정치적 이해를 표출하는 데 지나지 않으며, 참여의 실제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과학’이 부족한 참여의 문제점을 과거의 논쟁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지적 혼돈을 겪고 있는 모든 사회과학도와 독자 들이 읽어야 할 중요한 저서이다. 또한 이 책은 개인의 지적 역사를 통해서 본 한국 사회과학계의 궤적을 보여주는 역사서가 될 것이다.

추천인
박명림(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실장) 조희연(성공회대 교수·사회학) 김호기(연세대 교수·사회학) 송호근(서울대 교수·사회학) 강정인(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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