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젊은이는 많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5.25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 지원자·파견 인원 급증
“봉사 활동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서울 성동구 외국인센터에서 동남아 노동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온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장경실씨(27)는 지난 5월14일 방콕행 비행기를 탔다. 태국인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장씨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국제협력단은 1991년 출범한 외교부 산하 기관이다. 개발도상국 연수생을 초청하거나 해외에 봉사단을 파견하는 등 원조 사업을 하고 있다. 봉사단은 의료·교육·직업 훈련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일본국제협력단을 모델로 삼아 국가 위상에 걸맞는 원조 활동을 함으로써 외교적 입지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봉사단원 가운데에는 병역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국제협력요원도 있다. 복무 기간은 일반 군대보다 긴 30개월이다.

최근 해외봉사단원 지원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02년에 4백28명이던 것이 2003년에는 8백29명, 2004년에는 1천2백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률도 2002년 2.9 대 1에서 올해에는 6 대 1로 높아졌다.

경쟁률 6 대 1, 올해 1천2백명 넘을 듯

한국국제협력단은 선발 인원을 차츰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2백명을 파견했고, 올해 상반기에 벌써 3백여 명을 보냈다. 올해에는 모두 7백20명을 보낼 예정이다. 일본국제협력단은 2002년 현재 세계 1백50개국에 1천7백명이 넘는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는 “지금 국제협력단에서 파견한 인원은 너무 적다. 5년간 만명쯤 보내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마련한 예산을 돌리면 가능하다”라고 제안했다.

한국국제협력단 활동이 국제평화운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나와우리’에서 버마 인권 운동·베트남 지원 운동을 하는 김정우씨는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이었다. 한국국제협력단 사업 중에는 30여개 국내 NGO 활동을 지원해주는 것도 있다.

하지만 IA세대가 한국국제협력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한 회원은 “한국국제협력단은 ‘국제 새마을’ 단체다. 군인들과 함께 이라크에서 조사하고 활동하는 한국국제협력단은 비정부기구(NGO)가 아니라 정부 기관(GO)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가 그렇다는 말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구분했다. 다른 시민운동가는 “한국국제협력단을 움직이는 간부들은 현장 활동가가 아니라 외교부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다.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잘 모른다”라고 말했다.

시민운동은 크게 현장 활동(봉사)과 주창 활동(advocacy)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장 활동이 비정치적인 휴머니즘에 기초를 둔다면 주창 활동은 사회·정치적 이슈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국내 시민운동가들이 세계 문제에 눈을 뜬 것은 최근의 일이지만, 공공 봉사 기관이나 종교단체는 오래 전부터 해외에 진출했다. 대한적십자사는 1956년부터 해외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는 “국내 시민운동이 주창 활동에만 치우쳐 현장 활동을 소홀히 한 면이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두 운동이 결합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봉사단체인 ‘국경 없는 의사들’이 최근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고문 피해자 돕기 같은 봉사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